2008년 전남 함평군이 27억 원을 들여 제작 설치했을 당시, ‘황금박쥐상’은 지방자치단체의 대표적인 보여주기 식 행정의 ‘혈세 낭비’로 지목되면서 모진 매를 맞아야 했다. 하지만 최근 금값이 유례없이 폭등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언론은 작품의 가치가 386억 원을 넘어선다는 점을 들어 지방자치단체의 선견지명과 성공적인 재테크 사례로 연일 보도하고 있다. 비난이 찬사로 바뀌었고 그 칭찬이 도를 넘었다. 하지만 그 바탕에 깔린 논리는 여전히 작품의 예술성이나 생태적 메시지는 거세된 채, 오로지 ‘재룟값’이라는 숫자의 유희만 남았다.
작품은 단순히 금덩어리를 뭉쳐놓은 것이 아니라, 생명의 본질을 화두로 평생 작업을 이어 온 전 홍익대 미술대학 교수 변건호(1948~)가 3년간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함평 운기일주(運氣一柱) 대 황금박쥐상(2008)'이란 제목의 예술품이다. 은으로 제작된 원형 고리 속에 황금박쥐 여섯 마리가 비상하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는 이 작품은 멸종위기 1급인 ‘붉은 박쥐(Myotis rufoniger)’를 바탕으로 함평에서 발견된 생명의 가치와 우주의 순환이라는 철학적 주제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작가가 ‘황금박쥐상’을 제작하고 남은 약 19.31kg의 금과 은 8.94kg 그리고 보석 등을 활용해 함평군의 난생(卵生) 설화를 바탕으로 만든 금속 조형물 '오복포란(五福抱卵, 2010)'이 있다. 이 작품도 금값이 상승해 재료비인 몸값만도 약 31억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붉은박쥐는 천연기념물 제452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으로 지정되어 엄격히 보호받는 애기박쥐과 포유류로, 습도가 높은 동굴이나 폐광에서 동면하는 동물이다. 선명한 오렌지색 털과 날개 막 그리고 귀를 가졌다. 빛을 받으면 털이 황금빛으로 보여 ‘황금박쥐’라는 별명이 붙은 개체로 지금은 산림파괴와 자연 동굴 및 폐광의 입구 폐쇄에 따라 서식지가 감소하면서 찾아보기 힘든 동물이 되었다.
작품은 1999년 함평군 대동면 고산봉 일대에서 ‘황금박쥐’라 불리는 붉은박쥐 162마리가 발견된 것을 기념해 붉은박쥐 보호와 생태계보호, 생명존중의 뜻을 담아 박쥐의 숫자만큼의 금 162kg과 은 281.25kg, 구리 129.88kg을 들여 제작한 무게 460kg, 높이 210cm의 작품이다. 작품은 금뿐만 아니라 요즘 값이 치솟는다는 은과 구리도 사용했다. 따라서 성공적인 재테크를 칭송(?)하려면 금 외에 은과 구리 가격도 응당 포함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작품으로서 예술적 가치까지 금전적으로 평가한다면 물경 500억 원에 이를 것이다. 그렇다면 함평군의 재테크는 가히 천문학적인 성과를 올림 셈으로 당시 이를 추진했던 공무원들에게 성과급이라도 주어야 할 지경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불편하고 영 마뜩잖은 것은 언론은 물론이고 대중들의 시선이 황금박쥐상의 구성과 예리한 선묘 그리고 조화와 균형 속의 운동감 같은 조각의 예술적 아름다움이나 작가가 담아내고자 했던 ‘생명의 존엄’은 보지 못하고 그저 그것을 녹였을 때 나올 ‘금 162kg’이라는 물질적 가치에만 매몰되어 있는 점이다.
이런 배경에는 예술을 자산 가치로만 환산하려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배금주의가 있다. 예술 작품이 작가의 고뇌와 시대적 의미를 담은 '예술적 결정체'가 아니라,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금덩어리’로 치부될 때 천연기념물이나 다름없는 작품의 생명력은 사라진다.
작가 변건호는 2025년 함평군립미술관에서 회고전을 통해 자신의 작품이 단순한 금과 은, 동으로 만든 조형물이 아니라 생명의 근원을 탐구한 예술임을 역설했지만, 금값 폭등 소식에 그 목소리는 묻히고 말았고 작가도 작품도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작품을 만든 작가와 작품의 의미가 지워진 채 ‘수익률 14배’라는 자극적인 헤드라인 만으로 지면이 채워지는 현실은 서글프다. 만약 금값이 폭락하면 작품을 두고 다시 예산 낭비의 상징이라고 힐난할 것인가. 금값이 은 시세가 올랐다고 녹여 팔 것인가. 황금박쥐상은 그럴 수 없는 시대정신을 담은 예술품이다.
예술을 대하는 우리의 잣대가 오직 ‘시세’에만 있다면, 우리는 결코 물질 너머의 고귀한 가치를 이해하거나 이에 다가갈 수 없을 것이다. 이제는 386억 원이란 숫자 대신, 왜 이 작품이 황금이라는 영원불멸의 재료를 가지고 멸종위기종의 생명력을 표현하려 했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술을 돈으로만 읽는 사회의 작품은 그저 ‘비싼 장식품’일 뿐이지만, 작가의 철학과 미학을 함께 읽는 사회에서 작품은 비로소 지역의 자부심이자 인류의 문화적 자산이 된다. 황금박쥐상에서 ‘황금’의 광채를 잠시 걷어내고, 그 안에 깃든 ‘예술’과 ‘생명’의 무게를 가늠해 보며 새해, 마음과 눈의 때를 씻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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