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핵심은 조합원 감소다. 정년퇴직자는 늘고 있지만 신규 채용은 줄었고, 생산직 중심의 노조 기반은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기업들은 인건비 부담과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자동화·로봇 도입을 가속하는 한편, 연구개발(R&D)과 신사업 인력을 확대하고 있다. 고용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고용의 성격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노조의 대응은 여전히 과거의 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AI와 로봇은 더 이상 ‘도입할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테슬라, 샤오미 등 글로벌 제조기업들은 이미 자동화를 전제로 생산 체계를 재설계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로봇 도입을 막거나 기존 임금·고용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전략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흐르는 물을 막기보다, 방향을 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번 사태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노조의 지속 가능성 역시 변화에 달려 있다. 조합원의 기존 권리를 지키는 데만 매달릴 경우, 기업은 자동화로 대응하고 결과적으로 노조의 기반은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기업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기술 전환의 비용을 노동자에게만 떠넘겨서는 사회적 합의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노조 역시 변화 자체를 거부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협상의 주체로 남기 어렵다. AI 시대의 노사 관계는 대립이 아니라, 조정과 설계의 문제로 봐야 한다.
기아 노조의 재정 위기는 분명한 경고등이다. 노조가 시대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이번 사태는 일시적 혼란으로 끝날 수도 있고, 구조적 쇠퇴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AI와 자동화가 바꾸는 산업 현실 앞에서 노조 역시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지키는 조직에 머물 것인가, 전환을 이끄는 조직으로 거듭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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