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플랫폼·첨단 기술이 여는 '첨단바이오 2.0' 시대

  •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원장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원장사진제약산업전략연구원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원장[사진=제약산업전략연구원]

전 세계 제약·바이오 산업은 현재 단순한 치료제 개발을 넘어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뒤바뀌는 '차세대 생산혁명(NPR·Next Production Revolution)'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인구 고령화와 질병 구조의 복잡화, 그리고 디지털 기술의 융합은 기존 방식으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다가올 미래 제약 시장에서 생존을 넘어 글로벌 선도자로 도약하기 위해 우리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핵심 방향 네 가지를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비즈니스 모델의 유연화: '네트워크 허브'로의 진화이다. 비즈니스 모델의 유연한 전환이 시급하다. 과거 제약사가 연구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을 독점 수행하던 '완전 통합형(FIPCO)' 모델은 지고, 외부 파트너십을 극대화하는 '가상 통합형(VIPCO)' 모델이 주도권을 잡고 있다. 이는 생산(CMO), 연구(CRO), 유통(CSO) 등 전문 아웃소싱 그룹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고 R&D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연구(R)·개발(D)·생산(M)을 통합 제공하는 위탁연구개발생산(CRDMO) 등 전 주기적 서비스 모델까지 등장했다. 이제 기업의 성패는 모든 것을 직접 하는 능력이 아니라 글로벌 가치사슬(GVC) 내에서 핵심 역량을 정의하고 이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허브' 역량에 달려 있다.

둘째, 기술 패러다임의 진화: 개별 약물에서 '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있다. 기술의 중심축이 개별 약물에서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0년대의 혁신은 특정 화합물 하나에 머물지 않는다. 유전자 편집(CRISPR), mRNA,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등 차세대 플랫폼 기술은 한번 구축되면 다양한 질병에 응용될 수 있는 강력한 확장성을 지닌다. 실제로 2028년 글로벌 파이프라인 가치는 새로운 모달리티가 기존 방식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 제약사는 이제 단순히 '약'을 만드는 곳이 아닌 원천 기술을 보유한 '생명공학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셋째,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이끄는 '초고속·디지털화'이다. 특히 AI와 로봇을 통한 R&D의 디지털 전환이다. 전통적인 후보물질 발굴에 2~3년 소요되던 작업이 AI 시스템을 통해 2개월 미만으로 단축되는 시대가 열렸다. 생성형 AI는 가상 설계를 통해 최적의 타깃을 예측하고, 휴머노이드 로봇 기반의 무인 연구실은 24시간 자동 실험으로 데이터의 정밀성을 극대화한다. 여기에 오가노이드(미니 장기)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동물 대체 시험법은 윤리적 가치를 넘어 임상 성공률을 높이는 규제 과학의 핵심 병기가 될 것이다.

넷째, 제조의 지능화: 연속 공정과 품질 고도화다. 생산 부문은 이제 배치 방식에서 원료 투입과 제품 산출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연속 생산 시스템으로 진화해야 한다. 이는 공정 오류를 실시간 제어하고 품질을 보증하는 '설계 기반 품질 고도화(QbD)'를 가능케 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글로벌 규제기관이 이를 적극 권고하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에도 생산 효율과 글로벌 허가 획득을 위한 필수 생존 전략이다.

결국 첨단바이오 2.0 시대의 종착역은 '개인 맞춤형 정밀 의료'다. 희귀 질환 치료제와 맞춤형 플랫폼의 발달은 '다수에게 적당한 약'이 아닌 '나에게 꼭 맞는 치료'를 제공하는 시대를 현실화하고 있다. 우리 제약 기업들은 디지털 헬스케어와 융합된 통합 공급망을 구축하고, 환자에게 실질적인 치료 성과를 제공하는 가치 중심의 비즈니스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미래의 제약기업'이 글로벌 시장의 주역으로 우뚝 서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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