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의 지방채 잔액이 올해 말 7천억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재정 운용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민선 8기 출범 이후 지방채가 빠른 속도로 늘었고, 시민 1인당 채무 부담도 100만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우려가 이어지는 배경이다.
전주시는 재정 건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채무 비율이 정부가 정한 재정주의 기준(25%) 이내이고, 지방채의 상당 부분이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매입과 체육·컨벤션 인프라 구축 등 공공자산 확충에 사용됐다는 점을 강조한다. 미래를 위한 투자이자 ‘자산 증가형 부채’라는 설명이다.
이 주장 자체를 곧바로 부정할 수는 없다. 실제로 해외 도시들 역시 성장 국면에서 적극적인 차입을 활용해 왔다. 캐나다 토론토시는 도시 확장기에 교통·공원·주거 인프라에 지방채를 투입했지만, 모든 사업에 대해 편익 분석과 상환 로드맵을 의무 공개하며 시민 신뢰를 관리해왔다. 반대로 미국 디트로이트시는 재정 여력과 인구 전망에 대한 냉정한 검토 없이 대형 투자를 반복한 끝에 2013년 사실상 파산을 맞았다. 차이는 ‘빚의 성격’보다 ‘관리와 설명’에 있었다.
문제는 속도와 누적이다. 5년간 연평균 30%가 넘는 지방채 증가율은 재정의 여유보다 압박을 먼저 떠올리게 한다. 이자 상환 부담이 연간 200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재정의 유연성이 줄어드는 것 역시 부인하기 어렵다. 재정 전문가들 사이에서 자주 인용되는 격언처럼 “부채가 나쁜 것이 아니라, 관리되지 않은 부채가 문제다”라는 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더 중요한 쟁점은 시민의 체감이다. 지방채는 결국 세금으로 상환된다. 재정 지표가 관리 기준을 충족하느냐보다, 그 부담이 향후 복지·교통·환경·민생 사업에 어떤 제약을 주는지가 시민에게는 더 중요하다. 본예산에 반영되지 못한 사업들이 추경으로 미뤄지고, 필수 지출의 재원 확보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건전한 빚’이라는 표현은 선언이 아니라 결과로 증명돼야 한다. 어떤 사업이 왜 필요한지, 투자 대비 편익은 무엇인지, 상환 계획은 얼마나 현실적인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미국 지방재정 분야에서 널리 쓰이는 또 다른 말은 이 점을 정확히 짚는다. “오늘의 차입은 내일의 선택지를 줄인다.” 재정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 가능성의 문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적 공방이 아니다. 전주시와 시의회는 현재의 재정 상태와 중·장기 전망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정책 선택의 비용과 효과를 설명해야 한다. 동시에 신규 대형 사업의 속도와 우선순위를 재점검하는 냉정함도 요구된다.
재정은 도시의 혈관이다. 한때 확장된 혈관이 미래 성장을 이끌 수도 있지만, 관리되지 않은 팽창은 도시의 활력을 떨어뜨린다. 전주시의 지방채 논란은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원칙과 설명의 문제다. 숫자가 아니라 신뢰로 건전성을 증명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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