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BTS 아리랑'은 시작일 뿐이다

  • — K팝을 넘어 K헤리티지를 세계의 언어로

방탄소년단이 위버스 라이브 방송에서 다섯 번째 정규 앨범 ‘아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위버스 라이브 캡처
방탄소년단이 위버스 라이브 방송에서 다섯 번째 정규 앨범 ‘아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위버스 라이브 캡처)

방탄소년단(BTS)이 새 앨범과 월드투어의 이름으로 ‘아리랑’을 선택했다. 이는 단순한 콘셉트 차용이나 마케팅 장치로만 바라 볼 사안이 아니다. 세계 대중문화의 최정점에 선 그룹이 한국의 대표적 전통 서사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사실 자체가, K컬처가 도달한 위상과 다음 단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아리랑’은 특정 장르의 음악이 아니다. 한국인의 이동과 이별, 연대와 회복의 기억이 축적된 문화적 언어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BTS가 이 이름을 선택한 것은 K팝이 더 이상 한국성을 숨기거나 중화할 필요가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선언에 가깝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 시장 한복판에서 증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컴백을 계기로 서울과 부산을 향한 국내외 여행 수요가 급증하고, 공연 도시를 중심으로 소비가 살아나는 현상은 우연이 아니다. 이는 스타 개인의 인기 효과를 넘어, 한국 문화 자체가 ‘목적지’가 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공연 방문은 본질적으로 이벤트성 소비라는 한계를 지닌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흐름을 일회성 특수로 소진할 것인지, 구조적 기회로 확장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다.

K컬처의 글로벌 확산은 이제 콘텐츠 수출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음악·드라마·게임을 넘어, 공간과 역사, 생활문화로까지 관심의 범위가 이동하고 있다. 광화문과 경복궁, 세종문화회관이 BTS의 서사를 입는 장면은 전통이 과거에 머무는 유물이 아니라, 동시대 문화와 결합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자산임을 보여준다. 이는 최근 가상 콘텐츠 ‘헌트릭스’ 등이 한국적 미학을 세계관으로 확장하며 주목받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이 지점에서 정부와 산업의 역할은 분명하다. 한국 전통문화의 글로벌화는 스타의 자발적 선택에만 맡겨둘 사안이 아니다. 공연, 전시, 관광, 교육, 디지털 콘텐츠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전통을 반복 가능하고 확장 가능한 문화 자산으로 설계하는 일이 필요하다. 준비 없는 낙관도, 과도한 상업화도 경계해야 하지만, 기회를 흘려보내는 것 역시 책임 있는 선택이라 할 수 없다.

K팝은 이미 세계의 음악이 됐다. 이제 질문은 그 다음이다.
K팝이 세계를 향해 열어젖힌 문을 통해, K헤리티지가 자연스럽게 걸어 나올 수 있는가.

‘아리랑’은 완성형 답이 아니라 출발선이다. 이 상징을 한국 전통문화의 글로벌 언어로 확장해 나갈 책임은 이제 산업과 정책, 그리고 사회 전체에 있다. 세계는 이미 귀를 열었다. 남은 것은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어떤 깊이로 들려줄 것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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