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동에 대규모 함대 파견…이란, 진정으로 합의 원해"

  • 백악관 고위 당국자 "이란과의 협상 언제든 열려 있어"

  • 악시오스 "트럼프, 이번 주 추가 군사적 선택지 보고받을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 해군 항공모함 전단이 중동 지역에 진입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미국과의 협상을 진정으로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군사적 긴장 고조 속에 중동 전반으로 보복과 재보복의 악순환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중동 지역에 '대규모 함대(armada)'를 파견한 이후 이란과의 상황이 "유동적"이라면서도 이란이 진정으로 합의를 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란 옆에 대규모 함대를 두고 있다. 베네수엘라보다 더 크다"면서도 국가안보팀이 제시한 군사적 선택지나 그중 선호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미 해군에 따르면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 전단은 이날 중동 내 미군 작전을 총괄하는 중부사령부(CENTCOM) 작전구역에 진입했다. 미군은 F-15와 F-35 전투기, 공중급유기, 추가 방공체계도 중동 지역에 증파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링컨 항모가 F-35C와 F/A-18 전투기, EA-18G 전자전기 등을 탑재하고 있으며, 전단을 구성하는 구축함 3척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발사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미국은 항모 전단 외에도 요르단 내 기지에 F-15E 전투기를 전개하고, 패트리엇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역내에 배치하는 등 전력 보강에 나서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적 해법 역시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들은 협상을 원하고 있다. 나는 그걸 알고 있다. 그들은 수차례 전화해 왔다. 그들은 대화하고 싶어 한다"고 밝혔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도 이날 브리핑에서 "이란과의 협상과 관련해 백악관은 언제든 열려 있다"며 "이란이 접촉을 원한다면, 그리고 조건을 알고 있다면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의 협상 조건이 지난 1년간 여러 차례 이란 측에 전달됐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이란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대 수천 명이 당국의 유혈 진압으로 숨진 것으로 알려지자 이란 정권 핵심 시설에 대한 군사 공격을 검토했다. 다만 최종 결정은 유보한 채 군사 자산을 중동 지역으로 이동시켰다.

그는 항모 전단의 이동과 관련해 지난 22일 기자들에게 "대형 함대"가 이란으로 가고 있다고 밝히며 "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좋겠지만, 우리는 그들(이란)을 매우 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CNN은 항모 전단이 중동에 도착했지만 아직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최종 배치 단계에는 이르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공습과 관련한 여러 선택지를 검토 중이지만, 최종 결정을 내렸다는 징후는 없다고 덧붙였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최근 이란 내 반정부 시위가 다소 진정됐지만, 미국의 군사 공격 옵션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으며, 이번 주 추가 협의를 거쳐 더 많은 군사적 선택지를 보고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과 친이란 세력은 공격 시 강경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잇따라 경고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동 국가 관계자들은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경우 이란과 친이란 무장세력들이 보복으로 역내 미군 기지를 공격하면서 보복과 재보복의 사이클이 시작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란 국방부 대변인 레자 탈라이-닉은 지난해 6월 전쟁을 언급하며 "미국-시온주의 세력의 공격 대상이 된다면 우리의 대응은 이전보다 더 단호하고 더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해군사령관도 "이란군은 나라의 주권을 옹위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군사자산 전개가 본격화되자 친이란 무장단체들의 경고도 이어졌다. 레바논 베이루트 남쪽 근교 행사에서 헤즈볼라 지도자 나임 카심은 "트럼프가 하메네이 이맘을 협박할 때 그는 이 지도자를 따르는 수천만 명을 협박하는 것"이라며 "필요한 모든 조치와 대비 태세로 이 협박에 맞서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말했다.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 카타이브 헤즈볼라도 전사들에게 전쟁 대비를 촉구하며, 충돌 격화 시 '순교자 작전'을 선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역내 국가들은 확전을 경계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외무부는 25일 성명에서 "이란에 대한 어떠한 적대적 군사 행동에 대해서도 자국의 영공·영토·영해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관련 물적 지원도 제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도 대응 방향을 둘러싸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대를 지원하고 이란 정권을 처벌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군사적으로 강경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이란 폭격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정권의 취약성을 활용한 협상 압박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은 협상 조건으로 이란의 농축우라늄 전량 반출, 장거리 미사일 보유량 제한, 역내 대리세력 지원 정책 변경, 독자적 우라늄 농축 금지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란은 대화 의지는 밝히고 있으나 해당 조건을 수용할 뜻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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