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이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5,000달러 선을 넘어섰다. 숫자만 놓고 보면 또 하나의 기록 경신이다. 그러나 이 가격이 상징하는 것은 번영이 아니라 세계 경제가 축적해 온 불확실성의 무게다. 금값 급등은 언제나 호황의 신호라기보다, 기존 질서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때 울리는 경고음에 가까웠다.
금은 이자를 주지 않고 생산성을 높이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자금이 금으로 향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기대 수익보다 가치 보존에 대한 요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금값 상승은 특정 국가의 위기나 단기 투기 흐름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달러 약세, 금리 인하 기대, 인플레이션 압력, 지정학적 긴장, 중앙은행의 금 매입 확대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세계 경제가 단일한 사건이 아니라, 여러 불안 요인이 누적된 구조적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물론 금값 상승이 곧바로 실물경제 위축을 의미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유동성이 풍부한 국면에서는 금과 주식, 부동산이 동시에 오르는 이른바 ‘에브리싱 랠리’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금값의 가파른 상승은 자본이 위험을 감수해 미래의 성장을 추구하기보다, 불확실성에 대비해 보존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중앙은행의 움직임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최근 각국 중앙은행은 달러와 국채 중심의 외환보유 전략에서 벗어나 금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는 기존 금융 질서에 대한 단순한 불신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제재 리스크에 대한 대비, 지정학적 충격에 대한 완충, 외환 포트폴리오의 전략적 다변화라는 의도적 선택의 결과이기도 하다. 다만 그 배경에 달러 중심 질서의 안정성에 대한 의문이 깔려 있다는 점 역시 부인하기 어렵다. 안전자산 선호가 개인 투자자의 심리를 넘어 국가 전략의 차원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오늘의 세계 경제가 처한 긴장을 말해준다.
가격 해석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금값 상승은 불안 심리의 산물일 뿐 아니라, 화폐 가치 하락을 반영한 결과일 수 있다. 금의 가치가 급격히 높아졌다기보다, 달러라는 분모의 구매력이 약해지면서 가격이 올라갔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는 심리의 문제가 아니라 통화 정책과 유동성 구조가 만들어낸 화폐적 현상이다. 금값을 ‘불안의 총합’으로만 해석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과 통화 신뢰 약화라는 보다 본질적인 문제를 흐릴 위험이 있다.
이런 점에서 금값 5,000달러는 탐욕의 결과가 아니라, 세계 경제가 동시에 안고 있는 불확실성의 반영이다. 어느 한 나라의 정책 변화만으로 되돌릴 수 있는 현상도 아니다. 다만 각국 정부와 정책 당국이 얻어야 할 교훈은 분명하다. 시장은 구호나 낙관적 발언이 아니라,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에 반응한다. 글로벌 구조 변동을 통제할 수는 없더라도, 국내 경제의 충격을 키우지 않는 정책 신뢰의 최소 조건을 지키는 일은 가능하다.
금은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격은 언제나 시대의 상태를 드러낸다. 온스당 5,000달러라는 숫자는 안도의 신호가 아니라 질문이다. 이 경고를 단순한 투자 기회로만 소비한다면, 그 비용은 결국 더 넓은 경제와 사회가 떠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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