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늦었지만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과 해명은 국민 눈높이를 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후보자는 공직을 맡기에는 신뢰를 확보하지 못했다. 대통령실이 “국민주권 정부의 장관으로서 부합하지 않았다”고 밝힌 이유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개인의 낙마가 아니다. 문제는 왜 이런 인사가 검증을 통과했는가, 그리고 그 책임은 어디까지 이어지는가다. 인사청문회는 후보자를 망신 주는 자리가 아니라 공직 후보자의 자질과 윤리, 정책 판단 능력을 국민 앞에서 검증하는 헌법적 절차다. 그러나 이번 청문회는 장시간에 걸친 해명 번복과 의혹의 확대 재생산으로 국민에게 피로감과 불신을 남겼다.
특히 재정 정책과 같은 국가 핵심 분야에서 기존 인식을 전면 수정하는 모습은 소신의 변화라기보다 직무 수행에 필요한 준비와 판단의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린 사례로 비칠 수밖에 없었다. 국가 재정을 책임질 장관에게 요구되는 것은 상황에 따른 언어 조정이 아니라, 일관된 철학과 설명 가능한 판단 능력이다.
대통령의 인사권은 폭넓지만, 그 정당성은 검증의 엄격함과 판단의 책임에서 나온다. 검증은 참모진의 몫일 수 있으나, 임명은 대통령의 결정이다. 미국 정치에서 인사 실패가 발생할 때마다 반복되는 원칙은 단순하다.
“검증은 참모가 하고, 책임은 최종 결정권자가 진다(The buck stops here).”
이는 인사 실패를 제도나 절차의 문제로만 환원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민주적 규범이다.
지명 철회를 두고 이를 결단으로 평가하는 데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청문회 과정과 여론의 흐름을 통해 임명 동력이 상실된 이후의 철회는 주도적 선택이라기보다 사후수습에 가깝다. 독일과 일본 등 주요 민주국가에서도 장관 낙마 시 강조되는 것은 사퇴의 형식이 아니라, 임명권자가 자신의 판단 책임을 어떻게 인식하고 설명하느냐다. 인사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리더십은 오히려 국정 신뢰를 더 크게 훼손해 왔다.
또 하나 짚어야 할 점은 ‘통합 인사’에 대한 오해다. 통합과 탕평은 검증 기준을 낮추라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정치적 스펙트럼을 넓힐수록 공직 윤리와 정책 역량에 대한 검증은 더 엄격해야 한다. 통합 인사와 철저한 검증은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라 동시에 충족돼야 할 조건이다.
이번 사안이 남긴 교훈은 분명하다. 인사 실패를 시스템이나 참모진의 문제로만 돌려서는 같은 오류가 반복된다. 대통령실은 어떤 판단과 보고를 거쳐 지명이 이뤄졌는지, 위험 신호는 왜 제때 반영되지 않았는지에 대해 국민 앞에 설명해야 한다. 해외 민주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원칙은 하나다.
“권한이 있는 곳에 책임이 있다.”
지명 철회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인사 기준을 다시 세우고, 검증 절차를 강화하며, 최종 판단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히 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공직 인사는 정치적 배려의 문제가 아니라 국정 신뢰의 기초다. 원칙이 흔들리면 통합도, 개혁도 설 자리를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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