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인사청문회가 무너질 때, 국정의 도덕도 함께 무너진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개인을 망신 주는 자리가 아니다. 공직 후보자의 공적 자격과 윤리, 그리고 그가 행사하게 될 권력의 무게를 국민 앞에 검증하는 헌법적 절차다. 그럼에도 최근 열린 이혜훈 전 의원의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이 기본 원칙에서 벗어났다.

청문회는 자정을 넘겨 15시간 가까이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들은 단순한 실수나 해명으로 덮기에는 가볍지 않았다. 이른바 ‘위장 미혼’ 논란, 부정 청약 의혹, 장남의 대학 입학 과정에서 제기된 특혜 의심, 반복되는 해명 번복과 자료 미제출 문제까지. 사안들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권력 앞에서도 기본과 상식은 작동했는가라는 물음이다.

국민 다수는 집 한 채를 마련하기 위해 평생을 저축하고, 자녀 입시 하나에 밤잠을 설친다. 공직 후보자에게 요구되는 기준이 일반 시민보다 낮아지는 순간, 국정은 도덕적 정당성을 잃는다. 공직은 특권이 아니라 책임이며, 그 출발선은 언제나 국민의 눈높이다.

이번 청문회에서 주목할 대목은 여야를 가리지 않은 질타였다. 이는 특정 정파의 정치적 공세라기보다, 공직 윤리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가 아직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후보자의 방어 논리는 “불법은 아니다”, “말을 바꾼 적 없다”, “자녀는 성적 우수자였다”는 주장으로 귀결됐다. 그러나 공직의 윤리는 합법의 최소선이 아니라 공정의 최대선에 가깝다. 법의 회색지대에 서 있더라도 국민의 상식에 어긋난다면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더 심각한 장면은 청문회장 밖에서 벌어진다. 최근 국회 안팎에서는 품격을 상실한 언행과 막말, 확인되지 않은 폭로와 상대를 모욕하는 정치가 반복되고 있다. 최민희 의원과 김병기 의원을 둘러싼 각종 논란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사실관계를 떠나, 정치인의 말과 태도가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고 공적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정치가 도덕적 긴장을 잃는 순간, 민주주의는 껍데기만 남는다.

이제 질문은 분명하다. 정치인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선택 사항이 아니다. 권력을 위임받은 자에게 부과되는 의무이자 책임이다. 공직자는 사생활에서도 스스로를 관리해야 하며, 자녀 문제·부동산 문제·재산 형성 과정에서 누구보다 엄격해야 한다. 그것이 부담스럽다면, 애초에 공직을 선택하지 않는 것이 옳다.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국회는 인사청문회를 정쟁의 장이 아니라 윤리 검증의 표준 플랫폼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국회의장은 도덕성과 공직 윤리에 대한 정례 교육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형식적인 강의가 아니라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한 토론과 성찰의 장이어야 한다. 국회가 스스로를 단련하지 못한다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

마지막 심판은 언제나 국민의 몫이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강력한 윤리 장치는 투표다. 말로는 개혁을 외치고 행동으로는 특권을 누리는 정치에 대해 국민은 표로 답해야 한다. 냉소가 아니라 참여로, 분노가 아니라 선택으로 심판할 때 정치의 질은 달라진다.

인사청문회는 개인의 흠결을 파헤치는 자리가 아니다. 국가의 도덕 수준을 가늠하는 거울이다. 그 거울이 흐려질수록 국정의 신뢰는 낮아진다. 기본과 원칙, 상식이 다시 정치의 중심으로 돌아올 때까지 정치인은 더 엄격해져야 하고, 국회는 더 성찰해야 하며, 국민은 더 깨어 있어야 한다. 이것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가장 오래되고도 확실한 방법이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3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쏟아지는 의원 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3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쏟아지는 의원 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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