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국제 통상 문제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라는 국내 법 집행 사안이 외교와 통상의 영역으로 확장되는 상황이다. 이 국면에서 따져야 할 것은 특정 기업의 책임을 넘어, 한국이 글로벌 디지털 경제 속에서 법을 집행하고 그 파장을 관리할 역량을 갖춘 국가인가라는 점이다.
사안이 커진 직접적 계기는 쿠팡의 미국 투자자들이다. 쿠팡 지분을 보유한 미국 투자회사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한국 정부가 쿠팡을 차별적으로 대우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고, 이로 인해 투자 손실이 발생했다며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이들은 또 제한적인 개인정보 유출을 구실로 범정부 차원의 압박이 이뤄지고 있다며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사와 무역 구제 조치를 요청했다.
먼저 분명히 할 점이 있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은 국가의 기본 책무다. 디지털 경제에서 개인정보는 신뢰의 토대이며, 국적이나 자본의 출처에 따라 기준이 달라져서는 안 된다. 한국 정부가 개인정보 유출을 중대 사안으로 보고 조사에 나선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 단계다. 디지털 플랫폼과 글로벌 자본이 결합된 기업을 다룰 때, 국내 규제와 제재는 곧바로 통상·투자 분쟁의 언어로 해석된다. 오늘날 디지털 규제는 더 이상 순수한 국내 정책에 머물지 않는다. 한 나라에서의 정당한 법 집행이 다른 나라 투자자에게는 비관세 장벽이나 차별 조치로 인식되는 것이 현실이다.
국익은 이 현실을 외면할 때 지켜지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규제의 유무가 아니라, 집행의 방식과 절차, 그리고 국제적으로 설명 가능한 논리다. 법 집행의 정당성만으로 통상 마찰을 차단할 수 있다는 인식은 위험하다. 정당한 정책일수록 예측 가능하고, 일관되며, 외교적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
기업 책임을 둘러싼 논의 역시 법과 원칙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쿠팡은 한국 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플랫폼이지만, 동시에 미국에 상장된 글로벌 기업 구조를 갖고 있다. 이중적 성격은 현실이며, 편의적으로 재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특정 경영자를 상징적 책임자로 지목해 여론의 분노를 해소하려는 접근은, 자칫 법적 기준을 흐리고 규제의 예측 가능성을 해칠 수 있다.
플랫폼 기업의 공공성 논의도 신중해야 한다. 영향력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민간 기업에 사실상 공공기관에 준하는 무한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시장 경제의 원칙과 충돌한다. 공공성은 감정이나 여론이 아니라, 명확한 법과 제도를 통해 확보돼야 할 가치다.
쿠팡 사태는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이 글로벌 디지털 경제 속에서 규제할 수 있는 나라이면서 동시에 설명할 수 있는 나라, 나아가 통상 파장을 관리할 수 있는 나라인지를 가르는 시험대다. 지금 정부와 정치권에 필요한 것은 강경한 언사가 아니라, 원칙을 지키되 국익을 해치지 않도록 집행하는 절제된 판단과 통상 감각이다. 이것이 이번 사태가 던지는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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