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 우화에서 북풍과 태양은 지나가는 나그네의 외투를 누가 먼저 벗기는지 내기를 한다. 차가운 북풍은 힘을 믿었다. 매서운 바람으로 압박하면 상대는 굴복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바람이 거셀수록 나그네는 외투 깃을 더 단단히 여몄다. 외투를 벗긴 것은 강압이 아니라, 이익이 분명해 보이는 따뜻한 햇볕이었다. 강제는 저항을 낳고, 자발적 행동은 보상이 보일 때 나온다는 오래된 진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시 세계 경제를 향해 ‘관세의 북풍’을 불고 있다. 그는 관세를 “외국이 대신 내는 세금”이라 부르며, 이 강한 바람으로 중국과 유럽을 굴복시키고 미국의 제조업과 재정을 동시에 살릴 수 있다고 말한다. 관세가 산업 정책이자 외교 카드이며, 나아가 재정 해법까지 될 수 있다는 믿음이다.
그러나 경제에는 하나의 냉엄한 원칙이 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누군가 이득을 본다면, 그 비용은 반드시 누군가가 부담한다. 트럼프는 그 청구서를 외국에 보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배달된 곳은 미국 가정의 식탁에 더 가까웠다.
독일 킬 세계경제연구소의 분석은 이 불편한 현실을 보여준다. 최근 미국이 거둬들인 관세 수입의 상당 부분은 외국 수출업체가 아니라 미국 소비자와 수입업체가 부담했다. 물론 이 수치는 단기적·정태적 분석이라는 한계를 지닌다. 관세의 궁극적 목적이 공급망 재편과 산업 구조 변화에 있다면, “지금 누가 비용을 냈는가”만으로 정책을 단정할 수는 없다.
문제는 그 다음 단계다. 관세 압박이 실제로 생산기지 이전과 투자 확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노동비용, 산업규제, 에너지 가격, 기술 경쟁력이라는 더 복합적인 조건들이 함께 충족돼야 한다. 관세는 구조 변화를 유도할 가능성은 있지만, 그것을 자동으로 보장하는 수단은 아니다. 실제로 관세 이후 나타난 변화는 대규모 리쇼어링보다는 공급망의 우회와 재배치에 더 가까웠다.
보호무역과 혁신의 관계 역시 흑백 논리로 재단하기 어렵다. 역사적으로 미국, 독일, 한국과 같은 나라들은 초기 산업화 단계에서 관세와 국가 보호 아래 기술 역량을 축적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이 성공의 핵심은 보호 그 자체가 아니라, 조건부·한시적 보호와 치열한 성과 압박이었다. 보호는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었고, 경쟁은 결국 피할 수 없는 관문이었다. 성숙한 산업에 대한 무차별적 관세가 같은 효과를 낳을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럼에도 관세의 상시화가 위험한 이유는 분명하다. 기업가정신은 보호받는 공간이 아니라, 선택과 경쟁이 분명한 시장에서 자란다. 정부가 높은 장벽을 쌓아 “지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수록, 기업은 혁신보다 로비에 집중하게 된다. 인센티브가 바뀌면 행동도 바뀐다. 이것은 이념이 아니라 경제학의 기본 명제다.
이 대목에서 18세기 프랑스를 뒤흔든 존 로의 그림자가 떠오른다. 존 로의 미시시피 회사는 실체 없는 황금을 약속하며 투기 광풍을 불러일으켰고, 그 끝은 붕괴였다. 트럼프의 관세를 존 로의 사기와 동일선상에 놓을 수는 없다. 관세는 실제 정책 수단이고, 실질적 효과도 있다. 다만 “외국이 대신 내주는 세금”이라는 표현이 만들어내는 과도한 기대는, 실체보다 부풀려진 이익을 약속했다는 점에서 닮은 구석이 있다.
관세 전쟁을 ‘안데스 규칙’처럼 단순한 공멸 게임으로 보는 것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무역 갈등은 반복 게임이며, 협상과 조정의 여지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한쪽이 관세라는 총을 쏘면 상대도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보복과 예외, 타협이 뒤섞인 긴 과정 끝에 남는 것은 대체로 더 높은 불확실성과 더 낮은 투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강력한 ‘관세맨’이 되어 세계를 움직일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그러나 우화 속 북풍이 실패했듯, 시장은 협박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바람을 세게 불수록 나그네는 외투를 여민다. 공급망은 움츠러들고, 기업은 지갑을 닫는다.
존 로의 시대가 남긴 교훈은 단순하다. 실체보다 기대가 앞서는 정책은 반드시 조정을 요구받는다. 21세기 글로벌 경제에서 필요한 것은 상대를 얼어붙게 만드는 북풍이 아니라, 교역과 투자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만드는 ‘태양의 정책’이다. 자유무역은 도덕적 신념이 아니라, 성과로 검증된 질서다. 그리고 외국이 대신 내주는 공짜 점심은, 여전히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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