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정권 장악력 강화를 위해 '조기 총선' 카드를 꺼내 들면서 일본 정국이 급격한 혼돈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중의원(하원) 해산이라는 승부수가 오히려 야권의 결집을 촉발하며, 정치 지형 전반을 뒤흔드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립 여당에서 야당으로 돌아선 공명당과 다카이치 정권에 비판적이던 제1야당 입헌민주당은 의회 해산 방침에 맞서 전격적인 '신당 결성'이라는 강경 대응에 나섰다. 두 당은 지난 16일 국회 내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신당 명칭을 '중도개혁연합'(이하 '중도연합')으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총무성에 정식으로 결당 신고도 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조기 총선을 통해 주도권을 굳히려 했던 계산과 달리, 정국은 '보수 대 중도'라는 새로운 대립 구도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중도연합'은 반(反) 다카이치 세력의 표를 폭넓게 결집하겠다는 전략이다. 신당이 성공해 다음 달 8일로 예상되는 총선에서 의석을 크게 늘릴 경우, 다카이치 총리는 정치적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의 정책 지향의 차이와 급작스러운 결합이라는 한계로 인해 파급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신중론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의 지지율은 두 당을 합쳐도 10%에 미치지 못한다. 입헌민주당은 중도 성향 정당으로 분류되고, 과거 총리를 지낸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당내에서도 비교적 보수적인 인물로 평가된다. 종교단체 창가학회를 기반으로 한 공명당은 자민당과 연립 여당 체제를 유지해왔지만 자민당 역할 확대나 헌법 개정에 반대하는 등 자민당의 정책 독주에 브레이크 역할을 해왔다.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은 보수색이 더욱 선명해진 다카이치 체제의 자민당·유신회 연합에 맞서, 중도층은 물론 온건 보수와 중도 진보 유권자까지 폭넓게 흡수하려는 전략을 구상 중이다.
노다 대표는 신당 출범 기자회견에서 "우에도 좌에도 치우치지 않고 숙의를 통해 답을 찾는 것이 중도의 정치"라며 '생활자 퍼스트' 관점에서 현실적인 정책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중도연합'은 '식료품 소비세율 제로'를 27일 공시가 예상되는 중의원 선거 공약에도 반영할 생각이다. 소비세 감세는 자민당이 그간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해 온 사안이다.
'중도연합'의 감세 구상이 주목을 받자, 자민당 내부에서도 '한시적 식품 소비세 제로'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동요가 감지된다. 자민당으로서는 야권이 생활 밀착형 정책을 앞세워 중도층을 잠식할 경우, 기존의 경제·재정 프레임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에서 입헌민주당은 지역구, 공명당은 비례대표에 각각 집중하는 역할 분담 전략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공명당은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고 지지층에 입헌민주당 후보 지지를 독려하는 대신, 공동 비례대표 명부에서 상위 순번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지통신은 "양당 협력이 성공할 경우, 30개가 넘는 선거구에서 역전 가능성이 있다"며 신당이 제1당으로 도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특히 그간 지역구에서 자민당 후보를 지원해 왔던 공명당 조직표가 신당으로 이동할 경우, 접전 지역의 판세가 크게 뒤바뀔 수 있다는 평가다.
한편 자민당 지도부는 '중도연합'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스즈키 슌이치 간사장은 "그동안 수많은 정당의 이합집산을 지켜봐 왔다"며 "이 연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선거를 앞두고 서로 돕기 위해 급조된 정당에 일본의 미래를 맡길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실제로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은 오랜 기간 정치적 대립 관계에 있었고, 헌법 개정이나 원자력 정책 등 주요 사안에서 입장 차가 뚜렷하다. 총선까지 시간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아 신당에 대한 인식이 자리잡기 힘들다는 점도 있다. 여기에 직전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국민민주당이 신당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점도 부담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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