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MBK신화①] 롯데카드부터 네파까지...MBK가 거쳐간 곳마다 남은 '상흔'

  • 비용 절감 통한 단기 실적 부풀리기 급급…기업 미래 동력은 '실종'

  • 고배당·인력감원·갑질논란…"알맹이만 빼먹는 경영의 종말" 비판도

[사진=제미나이]
[사진=제미나이]

327억 달러(약 48조원). MBK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자산 규모다. 국내에선 독보적인 규모이고 아시아권 사모펀드 중에서도 톱티어 수준이다. 2005년 혜성처럼 등장해 20여 년 만에 동북아 최대 사모펀드로 성장한 MBK는 토종 사모펀드 업계에선 신화나 다름없다. 

하지만 MBK 신화의 화려함 뒤에는 짙은 음영이 있다. 막대한 투자 수익의 이면에는 무리한 비용 절감, 고용 감축 등 고통이 뒤따랐다. BHC, 네파, 롯데카드 등이 그런 사례들이다. 비용 절감을 통해 단기 실적을 부풀리는 대신 기업의 장기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나 로드맵은 제시하지 않는다. 기업 인수 이후 투자 대비 고배당으로 '알맹이'를 빼가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수익의 사유화, 손해의 사회화'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20여년간 성과에 파묻혀 드러나지 않던 MBK식 투자의 폐해는 홈플러스 사태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홈플러스 사태는 MBK식 성공신화의 이면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축소판이자, "MBK의 손을 거치면 기업의 미래 성장 동력이 파괴된다"는 비판의 결정판이다.

김병주 회장과 MBK가 써왔던 신화는 분명히 인정받을 부분이 있다. 그러나 신화의 이면에는 숱한 상흔도 남아 있다. 그리고 그 상흔은 깊고 어둡다.
 
롯데카드, 보안 투자 외면이 부른 '정보 유출'
11일 IB 업계에 따르면 MBK는 지난 2005년 이후 총 25개 기업을 인수했거나 지분 투자했다. 이 가운데 많은 곳들에서 잡음이 있어왔다. 잡은은 대부분 비용 절감을 통한 단기 실적 부풀리기, 투자 대비 과도한 배당 등에서 발생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롯데카드다. MBK파트너스는 2019년 롯데카드를 인수했다. 인수대금은 1조3800여억원. 인수 직후 MBK는 수익성 개선을 명분으로 강도 높은 비용 절감을 단행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롯데카드의 IT 예산 대비 정보보호 투자 비중은 2020년 14.2%(100억9700만원)에서 2021년 11.3%, 2023년 8.6%를 거쳐 2025년 기준 9.0%(96억5600만원)로 크게 낮아졌다.

이는 전업 8개 카드사 중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같은 기간 KB국민카드는 해당 비중을 10.3%에서 14.9%로 4.6%포인트 늘렸고, 현대카드 역시 8.1%에서 10.2%로 상향 조정하며 보안 투자를 강화했다. 반면 MBK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6년간 롯데카드에서 총 2011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금융사의 기본인 보안과 시스템 투자가 뒷전으로 밀리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에게 돌아갔다. 지난해 9월 발생한 대규모 해킹 사건으로 고객 297만명의 주민등록번호와 카드번호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오렌지라이프·코웨이, 고혈 짜기식 배당과 재무 건전성 악화
MBK식 투자의 잡은은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인수 사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2013년 인수 당시 MBK는 "10년 이상 장기 보유를 통해 고용을 안정시키겠다"고 공언했으나 이 약속은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 깨졌다.

MBK는 인수 6개월 만에 조직 쇄신을 명분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기존 임원 32명 중 18명을 내보냈고, 평직원의 30%에 달하는 270명 감축을 목표로 강도 높은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자본 회수 방식 또한 공격적이었다. 법적 재매각 금지 기간인 2년이 지나자마자 중국계 금융회사 등과 매각 협상에 돌입했으며, 인수 5년 만인 2018년 신한금융지주에 잔여 지분을 모두 넘기며 약 2조원의 시세 차익을 거뒀다. 특히 매각 이전까지 6년간 배당으로만 총 6100억원을 벌어들여 '고혈 짜기'식 배당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코웨이 역시 다르지 않았다. MBK는 인수 이듬해인 2014년, 코웨이가 17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음에도 3436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배당을 강행했다. 2015년에도 당기순이익(71억원)을 웃도는 91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해 배당성향이 128%를 넘어섰다. 이로 인해 유보금이 고갈되면서 차입금이 급증했고, 결국 2017년 기업어음(CP) 신용등급이 A1에서 A2+로 하향 조정됐다.

이 같은 경영 기조는 서비스 품질 저하와 안전 문제로 이어졌다. 2016년 발생한 '얼음정수기 니켈 검출 사태'는 사모펀드 체제에서 기업 윤리와 소비자 안전이 어떻게 후순위로 밀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았다.
BHC·네파, 가맹점 갑질과 브랜드 신화의 몰락
BHC와 네파도 MBK가 인수한 뒤 잡음이 많았던 곳들이다. 이들 기업은 MBK 인수 이후 브랜드 가치 훼손으로 상처를 받았다.

BHC는 2013년 독자 경영 시작 후 수년간 가격을 동결해왔으나, MBK가 투자사로 등장한 2018년 이후 가격을 두 차례 인상했다. 특히 2023년에는 소비자 가격 인상과 동시에 가맹점주에게 공급하는 원재료 가격을 평균 8.8% 올려 받아 '가맹점 고혈 짜기' 논란을 빚었다.

아웃도어 업계의 '신화'로 불리던 네파 역시 MBK 인수 후 실적 악화에 빠졌다. 2013년 당시 네파는 매출 4704억원, 영업이익 1182억원을 기록한 탄탄한 기업이었다. 그러나 2024년 매출은 2973억원으로 반토막이 났고, 영업손실 7억6486만원과 당기순손실 390억5954만원을 기록했다.

몰락의 배경에는 MBK의 '이자 떠넘기기' 구조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MBK는 2013년 네파 지분 94.2%를 9970억원에 인수하면서 약 5000억원을 특수목적법인(SPC)의 금융 채무로 조달했는데, 이후 SPC와 네파가 합병하며 인수금융 부담을 네파에 전가했다. 그 결과 네파는 2023년까지 2708억 원에 달하는 이자 비용을 부담했고, 부채비율 역시 인수 당시 34%에서 2024년 351.3%까지 급등했다.
'기술명가' 영화엔지니어링은 법정관리행
철제 구조물 제조사 영화엔지니어링은 MBK파트너스 인수 이후 급격한 경영 악화를 겪은 대표 사례로 꼽힌다. MBK는 2009년 영화엔지니어링을 약 1000억 원에 인수했다. 당시 이 회사는 국내 강구조물 시공능력 평가에서 6년 연속 1위를 기록할 만큼 업계 내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인수 이후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단행됐다. 전체 임직원의 약 70%가 회사를 떠났고, 핵심 기술 인력이 이탈하면서 영업 기반도 빠르게 약화됐다. 결국 영화엔지니어링은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2016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MBK는 이듬해인 2017년 영화엔지니어링을 496억원에 매각했다. 인수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기술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사모펀드 인수 이후 구조조정과 자금 압박 속에 법정관리로 내몰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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