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회·국무부, 韓 디지털 규제 동시 압박...통상·외교 갈등 불씨되나

  • 美 "중국에만 유리"·"표현의 자유 침해" 비판

사진챗지피티 생성
[사진=챗지피티 생성]


미국 의회와 국무부가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법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잇따라 문제 삼으면서 한국의 디지털 규제가 미·한 간 통상·외교 현안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 측은 해당 법안들이 미국 기술기업에 불리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 하원 세출위원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세출위는 7일(현지시간) 상무·법무·과학 및 관련 부처의 2026회계연도 세출법안(H.R.6938)을 하원에 제출했다. 법안 본문에는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법(온플법)에 대한 직접 언급은 없지만 법안의 취지와 의미를 설명하는 보고서에는 지난해 9월 12일자 보고서와 동일한 우려 문구가 유지됐다.

당일 보고서(House Report 119-272)는 "세출위는 한국에서 고려 중인 온라인 플랫폼 법안을 우려하고 있다"며 온플법이 미국 기술기업을 "표적"으로 삼아 중국 경쟁사들을 유리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그간 미국 기업들이 온플법을 비판하며 반복해온 주장이다.

세출위는 또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세출법안 제정 후 60일 이내에 온플법이 미국 기술 기업과 외교정책 이익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브리핑하라고 지시했다. 보고서에 담긴 지시인 만큼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USTR에 공식 대응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해당 보고서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세출법안은 상·하원 세출위가 여야 협상을 거쳐 마련한 만큼, 현재 형태로 최종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의회는 지난해 11월 연방정부 셧다운을 해소하면서 2026회계연도 전체가 아닌 올해 1월 30일까지의 임시예산만 처리한 바 있어 이번 법안이 다시 발의됐다.

이와 별도로 미국 국무부도 한국 국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허위조작정보근절법)에 대해 공식 우려를 표명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무부는 지난달 31일 대변인 명의의 답변에서 "미국은 한국 정부가 미국 기반 온라인 플랫폼의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표현의 자유를 약화하는 네트워크법 개정안을 승인한 데 중대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한국은 디지털 서비스에서 불필요한 장벽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은 검열에 반대하며 자유롭고 개방된 디지털 환경을 촉진하기 위해 한국과 협력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세라 로저스 국무부 공공외교 차관도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한국의 네트워크법 개정안은 표면적으로 딥페이크 문제를 바로잡는 데 초점을 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며 기술 협력을 위태롭게 한다"고 적었다. 그는 "규제 당국에 관점에 따른 검열이라는 '침습적' 권한을 주기보다는 피해자들에게 민사적 구제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폭력·차별 선동 정보를 불법정보로 규정하고, 불법·허위 정보 유포를 금지·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지난달 24일 국회를 통과했다. 대규모 플랫폼 사업자에게는 불법·허위 정보 삭제 등 법적 의무를 부과했는데, 이는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온라인 콘텐츠 규제를 '표현의 자유 침해'로 보는 시각이 강하고, 메타·구글 등 미국 빅테크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입법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EU의 DSA를 주도한 인사 5명을 비자 제한 대상에 올리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선 바 있다.

정보통신망법은 내년 7월 시행 예정이지만, 미국 재계와 정치권의 문제 제기가 이어질 경우 한미 간 통상·외교 현안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재계에서는 온플법과 구글 지도 반출 문제에 이어 정보통신망법까지 "새로운 대미 무역장벽"으로 인식하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이달 열린 제10차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에서도 디지털 분야 입법에 대한 우려를 한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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