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로드리게스 임시 부통령은 이날 카라카스의 베네수엘라 국회의사당에서 취임 선서를 한 뒤 "저는 불법적인 군사적 침략으로 인해 베네수엘라 국민이 겪은 고통에 대한 슬픔을 안고 이 자리에 왔다"고 밝혔다. 그는 마약 테러 공모 등의 혐의로 미국 뉴욕 법정에 선 마두로를 여전히 '대통령'으로 지칭하며 "저는 미국에 인질로 잡힌 두 영웅, 마두로 대통령과 영부인 실리아 플로레스의 피랍에 깊은 고통을 느낀다"고 말했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부통령 재임 시절 핵심 부처인 석유장관을 겸임하며 경제 운영 전반을 총괄해온 인물로, 베네수엘라 좌파 진영의 상징적 지도자였던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집권기에 정계에 입문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2018년 로드리게스를 부통령으로 임명하며 그를 "젊고 용감하며 노련한, 순교자의 딸이자 혁명가로서 수천 번의 전투를 겪어낸 인물"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그의 부친 호르헤 안토니오 로드리게스는 베네수엘라 좌익 게릴라 운동 지도자 중 한 명이었다.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마두로 대통령의 부재를 '일시적'으로 판단하고 부통령이 대통령 권한을 대행할 수 있다는 법적 효력을 부여했다. 이에 따라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최대 90일간 권한대행 직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국회 표결을 거쳐 최장 6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다.
권한대행 체제 가동과 함께 베네수엘라 정부는 국가 비상 대응 조치도 본격화했다. 정부는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생포한 미군 작전을 지지하거나 옹호하는 인사들에 대해 검거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5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비상선포문을 관보에 게재했으며, 해당 문서의 존재는 지난 3일 로드리게스 당시 부통령에 의해 처음 공개된 바 있다.
앞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은 지난 3일 미군의 마두로 대통령 생포를 강하게 비판하며 "베네수엘라에서 대통령은 마두로, 단 한 명뿐"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비상선포문을 직접 들어 보이며 국가 방어권 수호를 역설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을 향해 압박성 메시지를 내놓자 이튿날인 4일에는 "우리나라가 존중과 국제 공조의 환경 속에서 외부 위협 없이 살기를 갈망한다"며 미국과의 협력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한층 완화된 메시지를 내놨다.
이 같은 정치적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같은 날 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대통령궁 인근에서는 총성이 울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AFP통신은 현지 목격자들과 정부와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밤 카라카스 도심에 위치한 미라플로레스 대통령궁 인근에서 총성이 보고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지시간 오후 8시께 카라카스 대통령궁 상공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드론 여러 대가 포착됐고, 경비 병력이 이에 대응해 발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이 국회에서 취임 선서를 한 지 수 시간 만에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베네수엘라가 새로운 탄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군 방첩 당국은 최근 카라카스 시내를 순찰하고 있으며, 이날 하루에만 최소 7명의 기자와 언론 종사자가 구금됐다.
중남미 지역 싱크탱크 네트워크 CRIES의 안드레이 세르빈 폰트 회장은 “거리에서의 콜렉티보(친(親)마두로 민병대) 존재는 공포를 통해 대중 동원을 막고 정부의 내부 탄압 체계를 강화하려는 명확한 의도”라고 진단했다.
크리스토퍼 에르난데스-로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국장도 “자발적인 민주화 시위를 원천 봉쇄하려는 전략의 일부”라며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나 에드문도 곤살레스, 그리고 단순히 마두로 퇴진을 넘어선 체제 전환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정오 맨해튼의 뉴욕 남부연방법원에서 열린 기소인부절차에 출석해 "나는 결백하다. 나는 유죄가 아니다. 나는 품위 있는 사람이다"라고 통역을 통해 말하며 마약밀매 공모 등 자신에게 적용된 4개 범죄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주장했다.
그는 "나는 여전히 내 나라의 대통령"이라며 모국에서 납치돼 이 자리에 왔다고 주장했다. 기소인부절차는 판사가 피고인에게 유무죄 여부를 묻는 미국 형사재판의 초기 절차다. 이날 법정에는 영부인 실리아 플로레스도 함께 출석해 자신을 "베네수엘라의 퍼스트레이디"라고 말하고 "나는 무죄이다. 완전히 결백하다"고 말했다.
미 남부연방지검은 앞서 마두로 대통령을 마약 테러 공모, 코카인 수입 공모, 기관총 및 파괴적인 살상 무기의 소지 및 소지 공모 등 4개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마두로 대통령이 마약 카르텔과 공모해 수천 톤의 코카인을 미국으로 밀반입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혐의로 유죄 판결이 내려질 경우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날 기소인부 절차 심리는 앨빈 헬러스타인 예심 판사가 맡았다. 1998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이 임명한 헬러스타인 판사는 마두로 대통령과 연관된 마약 사건을 10년 넘게 담당해왔다. 마두로 대통령 부부에 대한 다음 심리는 오는 3월 17일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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