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국내 증시에는 뜻밖의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시가총액 2위 대형 반도체주 SK하이닉스가 주가 급등을 이유로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된 것입니다. 투자자들의 원성이 터지자 한국거래소는 급히 시행세칙을 개정해 기준을 수정하고 SK하이닉스를 투자경고종목에서 해제했는데요. 어쩌다 이런 일이 발생한 걸까요?
투자경고종목은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하거나 투기적 거래가 몰릴 때 한국거래소가 지정하는 시장 경보 조치입니다. 투자주의→투자경고→투자위험의 3단계 중 2단계에 해당해요. 단순 ‘경고성 알림’에 그치지 않고 신용융자 매수 불가, 매수 시 위탁증거금 100% 납부, 대용증권 제외 등 직접적인 거래 제한이 뒤따릅니다. 그만큼 레버리지 투자나 단기 추격 매수에 제동을 걸기 위한 성격이 강합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투자경고종목 지정 59건 중 19건(32.2%)을 유가증권시장 종목이 차지했는데요. 이는 2024년 12월 투자경고종목 지정 38건 중 11건(28.9%)이 유가증권시장 종목이었던 것과 비중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지정 건수는 크게 늘었어요. 한국거래소가 장기간 급등하는 종목 중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관리하기 위해 '초장기상승·불건전요건' 투자경고 유형을 2023년 10월 신설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해당 요건은 1년간 주가 200% 이상 상승 등을 포함하고 있어요. 지난해 코스피 지수가 한 해 동안 75.6% 상승하는 등 이례적인 상승을 기록하면서 요건에 해당되는 종목도 많아진 것입니다. 더욱이 상반기에는 조선·방산 업종, 하반기에는 반도체 업종 대형주 위주로 상승장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12월에는 SK하이닉스뿐 아니라 두산에너빌리티, SK스퀘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시가총액 10위권 종목들이 줄줄이 투자경고종목에 포함됐어요.
일각에서는 대형주의 상승이 코스피 지수를 견인하던 상황에서 SK하이닉스의 투자경고종목 지정이 코스피 상승 모멘텀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레버리지 투자가 직접적으로 제한되면서 수급적인 조건이 불리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에요. 2025년 한 해 동안 SK하이닉스는 274.38% 올랐는데 기관과 개인이 각각 5조4200억원, 2조1500억원을 순매수했어요.
때때로 투자자들은 투자경고종목 지정은 주가 하락을 유발하는 '트리거'로 작용한다고 불만을 터트리는데요.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되면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해당 종목의 변동성이 커지고, 이런 가운데 레버리지를 사용해 매수한 투자자들이 위탁증거금을 채우지 못할 경우 반대매매가 이어지면서 매도세가 커질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제도의 본래 취지가 투기과열을 진정시키는 것임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면이 있지만, 역시나 그 대상이 우량 대형주인 SK하이닉스라는 점이 문제가 됐습니다.
논란이 일자 한국거래소는 시장감시규정 시행세칙을 개정하고 지난달 29일부터 이를 적용해 코스피·코스닥 통합 시가총액 100위권 대형주를 투자경고종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동시에 기존에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됐던 시가총액 100위권 대형주도 같은날 투자경고종목에서 해제했습니다. 주가 상승률 요건도 단순히 200% 이상 상승이 아닌 기초지수 상승률을 함께 감안할 수 있도록 보완했어요.
투자경고종목 제도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급등주를 추격 매수하는 개인투자자에게 위험 신호를 미리 알려주고, 시세조종·허위 풍문 등 불공정거래 가능성을 조기 차단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신용·미수 거래가 제한되면서 과도한 빚투가 차단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시장 전체 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되는 것을 완충하는 일종의 ‘과열 브레이크’ 기능을 한다는 것이죠.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에게 단기 급등 주식에 대한 투자에 유의하고 무리한 투자를 삼가라고 조언합니다. 불공정거래가 나날이 지능화, 고도화되면서 이를 걸러내기 위한 정량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일도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습니다. 무작정 제도를 강화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턱대고 자율에 맡길 수도 없고요. SK하이닉스 투자경고종목 지정은 이런 딜레마 속에서 벌어진 해프닝으로 볼 수 있습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