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해빙 무드로 접어들면서 국내 기업에는 새로운 수출 활로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은 최대 소비 시장이자 자원 부국으로 국내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협력해야 할 전략적 파트너다. 반도체·전장·이차전지 등 산업의 수혜가 기대되는 가운데 중국 MZ세대가 인공지능(AI) 스마트폰과 프리미엄 가전 시장의 신규 소비자로 편입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5일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중국은 인구 14억명(2024년 기준), 소비액 53조 위안(약 1경원) 규모의 시장이다. 첨단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 텅스텐, 리튬 등도 압도적인 매장량과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내수 활성화 정책인 '이구환신(以舊換新)'도 국내 기업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가전, 자동차, 디지털 등 8대 분야 소비 진작을 위해 지난해에만 3000억 위안(약 61조원)의 보조금을 편성하면서 MZ를 주축으로 한 프리미엄 소비 시장이 커지는 중"이라며 "현지 소득 향상과 높은 AI 기술 수용도가 한국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를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방중 경제사절단에 참여한 기업들도 수혜가 예상된다. 중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한·중 관계 개선과 미국의 대중 반도체 장비 규제 완화 등으로 공정 성숙도를 높일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현지 AI 칩 수요 확대에 힘입어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전장 분야 협력 기대감도 높다. 앞서 이재용 회장은 샤오미, 비야디 등 중국 전기차 기업을 방문해 차량용 메모리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공급 확대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최근에는 자회사 하만을 통해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디지털 콕핏 플랫폼, 차량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등 부품 경쟁력도 강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기차, 소프트웨어중심차(SDV)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한다는 계산이다.
난징, 타이저우 등 12곳에 생산 기지를 보유한 LG전자는 현지 프리미엄 가전 판매 확대를 예상하고 있다. 폭증하는 중국 AI 가전 수요를 소화하는 동시에 프리미엄·보급형 제품 이원화 전략으로 판매량을 늘릴 방침이다. 그룹 차원에서 기업간거래(B2B) 핵심인 기업용 디스플레이, 전장, 공조 분야의 추가 사업 기회도 엿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LFP 배터리 경쟁력 향상을 위해 중국 기업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SK그룹은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지오센트릭 등을 중심으로 중국에 다양한 생산시설과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는 만큼 그룹 차원의 시너지 창출이 최대 과제다. 최태원 회장은 반도체, 석유화학 분야에서 생산라인 효율화를 위한 행정 지원과 규제 완화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SK지오센트릭이 장쑤성 롄윈강시에 아시아 유일 '에틸렌 아크릴산(EAA)' 생산 기지를 건설 중이라 이에 대한 지원책 언급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대차그룹은 한·중 관계 회복에 따른 기업 이미지 제고와 배터리 분야 협력 강화를 기대한다. 현대차는 2010년대 중반까지 중국 연간 판매량이 180만대에 육박했지만 사드 사태 이후 급감해 지난해에는 20만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전기차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중국 내 다양한 소부장 업체들과 협업 가능성이 열려 있다. 정의선 회장은 이날 "중국에서 판매량과 생산량이 많이 떨어졌지만, 겸손한 자세로 늘려갈 계획"이라며 "이번 정상회담으로 양국 관계가 개선되면 현대차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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