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전 보험금부터 받는다…손보업계 '선지급' 경쟁 가열

  • 손보사 7곳, 고액 치료비 '선지급' 경쟁 본격화

  • 5세대 실손 보장 축소에 수요 활발…손해율 급등 우려

사진챗GPT
[사진=챗GPT]
암이나 심장질환처럼 고액 치료비가 드는 중증 질환에 한해 보험금 지급 방식이 바뀌고 있다. 치료를 마친 뒤 영수증으로 보험금을 청구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중증 질환에 대해서는 치료 전 보험금 지원이 가능해진 것이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달 기준 주요 치료비 선지급 서비스를 운영하는 손해보험사는 7곳이다. 지난해 메리츠화재가 처음 이 제도를 도입한 데 이어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현대해상 △한화손해보험 △흥국화재가 잇따라 시스템을 구축했다.

보험사들은 선지급 보장 범위와 지급 비율을 확대하며 차별화에 나섰다. 메리츠화재가 암 보험에만 선지급을 한정했다면 KB손해보험과 흥국화재, 롯데손해보험 등은 암에만 한정하지 않고 뇌혈관질환, 허혈성 심장질환 등 3대 주요 질병과 순환계 질환 전반으로 넓혔다. 현대해상은 선지급 비율을 최대 70%까지 높여 초기 목돈 마련 부담을 대폭 줄였다.

보험사들이 앞다퉈 선지급 상품을 내놓는 이유는 고액 치료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입자 치료나 표적항암제 같은 최신 치료법은 1회 비용이 수천만 원에 달한다. 환자가 해당 비용을 먼저 부담한 뒤 보험금을 청구하는 방식은 당장 목돈이 없으면 효과적인 치료를 선택하기 어렵다.

선지급 서비스는 이런 부담을 덜어준다. 과거에는 선지급이라고 해도 사실상 약관대출 형태여서 이자를 내야 했다. 하지만 최근 보험사들이 제공하는 선지급은 가입한 보험 한도 내에서 이자 없이 보험금을 먼저 받는 방식이다. DB손해보험은 한발 더 나아가 해외 중입자 치료 시에도 보험사가 병원에 직접 치료비를 지급하는 방식까지 도입했다. 환자가 현금을 준비할 필요 자체가 없어진 것이다.

선지급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출시 예정인 5세대 실손보험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5세대 실손보험은 과잉 진료를 막기 위해 일부 비급여 항목 보장이 축소되고 본인 부담 비율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손보험으로 커버되는 범위가 줄어들면서 소비자들은 치료 사실만으로 정해진 금액을 미리 받을 수 있는 정액형 선지급 특약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5세대 실손 전환을 앞두고 실손보험이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사전 정액 보장 수요가 늘고 있다"며 "보장 금액 규모보다 얼마나 빨리, 얼마나 편하게 지급받느냐가 상품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선지급 경쟁이 지나치게 확대되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만큼 실제로 치료가 이뤄지지 않거나 예약이 취소됐을 때 보험사로서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의 보험업계 관계자는 "치료 미이행이나 예약 취소 사례가 늘어나면 장기적으로 손해율 악화와 보험료 인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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