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오세훈의 작심 선언… "보수는 더 이상 뒤로 물러날 곳이 없다"

김두일 정치사회부 선임기자
김두일 정치사회부 선임기자



 2026년 새해 첫날, 오세훈 서울시장이 내놓은 신년 메시지는 '덕담'의 형식을 빌렸을 뿐, 내용은 철저히 정치적 선언이었다. 그는 "국민의힘은 벼랑 끝에 서 있다"고 규정했고, "망설일 여유도 없다"고 했다. 서울시장이 신년 인사에서 이토록 직설적이고 비수처럼 날 선 언어를 사용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만큼 현 보수정치의 위기는 심각하며, 오 시장이 느끼는 절박함은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고 봐야 한다.
 오 시장은 "잘못된 과거와 단호한 단절"을 첫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등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한 대목은 내부를 향한 가장 날카로운 메시지다. 이는 단순히 과거 정권을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다. 보수가 국민 앞에서 도덕적·정치적 정당성을 다시 획득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저지른 오류와 그 후유증에 대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요구다. 정치적 생존의 첫걸음은 정직한 자기 고백이다. 오 시장은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두 번째 메시지는 '범보수 대통합'이다. 그는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모든 보수'는 특정 계파나 진영에 제한되는 개념이 아니다. 이민경 서울시 대변인이 분명히 했듯, 오 시장이 말하는 통합은 중도·합리 보수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재편을 의미한다. 지금의 보수정치는 인적·노선적 균열로 힘을 잃었고, 무너진 균형추를 바로 세우려면 더 큰 틀의 정렬이 필요하다. 특히 "통합을 방해하는 허들"이라는 표현은 당 내부 강경파의 언행을 에둘러 경계한 것이다. 보수가 서로를 내부고발하듯 공격하고, 상대를 적처럼 몰아붙이는 정치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통합은 요원하다. 오 시장은 그 벽을 기어이 허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동안 그는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비교적 신중함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번 글에서는 다르다. 오 시장은 마침내 '침묵의 장막'을 걷어냈고, 스스로를 통합의 축으로 세우는 정치적 선택을 했다.
 세 번째 메시지는 '경제정당으로의 회귀'다. 그는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 해결에 전적으로 집중해야 한다"며 "유능한 경제정당의 명예를 되찾아야 한다"고 했다. 지난 몇 년간 당내 논쟁은 미래 비전이 아닌, 갈등과 정쟁에 매몰되면서 민생과 거리를 벌려왔다. 보수가 정권을 잃고, 수도권에서 연이어 패배해온 이유는 단순하다. 국민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정당을 원했지만, 보수는 그 믿음을 주지 못했다. 오 시장은 이 '실패의 뿌리'를 다시 짚어내며 보수정치가 근본부터 재정비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흥미로운 것은 글의 문장력보다 그 배경이다. 오 시장은 전날 밤새 이어진 신년 행사 참석과 강행군 속에서도 이 메시지를 직접 써내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마음이 급하다는 뜻이다. 지금의 보수는 이념적 분열과 무기력, 강경파의 발목잡기 속에서 방향을 잃고 있다. 수도권은 빠르게 등을 돌리고 있고, 청년층은 더 이상 보수를 미래 세력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 절벽을 가장 가까이에서 목격해온 서울시장이기 때문에, 그의 절박함은 공허한 수사가 아니다.
 오 시장의 메시지는 결국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보수는 지금의 무너진 구조를 스스로 부수고 다시 태어날 수 있는가." 그는 답도 함께 제시했다. "두려워하지 말라. 목소리만 큰 소수에 휘둘리지 말라." 이는 명백히 당내 강경세력에게 보내는 경고이며, 동시에 지도부에게 내리는 최후의 당부다. 보수가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다수 국민의 상식과 합리에 뿌리를 둬야 한다는 선언이다. 
 이번 메시지는 신년 인사의 형식을 띠었지만, 정치적으로는 '오세훈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문서일 수 있다. 그는 서울시 행정을 넘어, 보수 진영 전체의 재건이라는 훨씬 큰 투쟁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 투쟁의 성공 여부는 오 시장의 메시지가 단순한 경고를 넘어, 실제 변화를 이끌 실천적 동력이 될 수 있는 지에 달려 있다. 보수는 더 이상 뒤로 물러날 곳이 없다. 오세훈의 작심 선언은 그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