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공기관 업무보고회에 앞서 꺼낸 이 고사성어는 뜻이 분명하다. 인순고식은 하던 대로만 답습하며 잠시의 안일함에 기대는 태도를, 구차미봉은 근본 해결을 피한 채 임시변통으로 때우는 처신을 가리킨다. 한국 공공행정이 반복해 온 병폐를 정확히 짚은 표현이다.
구 부총리는 공공기관을 정책 집행의 최전선으로 규정하며 중복·비핵심 업무의 정리, 인공지능(AI)의 적극 활용,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정·투명한 절차를 주문했다. “적법하더라도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면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발언 역시 오래된 행정의 오류를 직시하게 한다. 규정 준수와 형식의 완결성이 곧 성과라는 인식에서 벗어나라는 요구다.
문제는 선언 이후다. 관행을 끊겠다는 말은 여러 차례 있었다. 실패의 이유도 반복됐다. 책임 주체가 흐릿했고, 집행 일정은 늘어졌으며, 결과에 대한 공개 평가와 환류가 없었다. 이 고리를 끊지 못하면 ‘관행 타파’는 또 다른 구호로 남는다. 공공기관 개혁은 방향보다 실행 체계가 성패를 가른다.
AI 활용 또한 같은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이제 “AI를 쓰자”는 말은 새롭지 않다. 핵심은 어디에 적용하고, 어떤 기준으로 성과를 재며, 실패했을 때 누가 책임지는가다. AI는 판단을 돕는 도구일 뿐 책임의 주체가 아니다. 보고서의 정교함이 아니라 국민 불편의 감소와 서비스 체감의 개선으로 성과를 판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혁신은 면책의 장식이 된다.
속도에 대한 강조는 타당하다. 행정의 지연은 중립적 문제가 아니다. 개선되지 않는 서비스로 인한 불편은 즉시 누적되고, 신뢰는 그만큼 빠르게 소진된다. 실행이 늦어질수록 명분은 약해진다. 일정과 목표를 분명히 하고, 단계별 결과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속도를 관리해야 한다.
공공기관에는 조직문화의 전환이 요구된다. 내부 규정의 적합성보다 국민의 이해 가능성을 먼저 묻는 태도, 실패를 숨기지 않고 수정하는 관행, 결과로 평가받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산업재해와 재난 관리, 지방 이전을 통한 지역경제 기여 역시 선언이 아니라 측정 가능한 목표로 관리돼야 한다.
인순고식과 구차미봉을 끊자는 주문의 의미는 분명하다. 말의 정합성은 이미 확인됐다. 이제 남은 것은 결과다. 관행이 실제로 바뀌는지, 공공기관의 성과가 국민 체감으로 이어지는지, 판단 기준은 오직 집행의 속도와 책임에 있다. 국민들은 결과로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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