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트럼프 행정부에 철강·알루미늄에 적용 중인 50% 관세 대상 품목을 대폭 확대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배터리 부품과 변압기 등 한국의 주요 수출품까지 관세 적용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관보를 통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알루미늄협회는 배터리 부품을 알루미늄 파생상품으로 분류해 달라고 요청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50% 관세를 부과하면서 해당 금속으로 만든 파생상품에도 철강·알루미늄 함량 가치를 기준으로 50%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알루미늄협회의 요청은 배터리 부품에도 알루미늄 함량만큼 50% 관세를 부과하라는 취지다.
삼성SDI는 배터리 부품에는 알루미늄이나 철강을 사용하지 않는 분리막이 포함되며 완성된 배터리셀 역시 해당 품목 코드로 수입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배터리 부품은 이미 자동차 부품에 부과되는 25% 관세 적용 대상인 경우가 많아, 철강·알루미늄 관세까지 적용되면 관세가 중복돼 제조사의 행정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기업들은 변압기 역시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으로 추가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변압기는 상무부가 지난 8월 발표한 407개 파생상품 목록에 일부가 포함돼 있으나, 이번에는 더 많은 종류의 변압기에 관세를 부과해 달라는 요구가 제기됐다.
LS일렉트릭은 미국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재생에너지 산업에 필수적인 변압기와 변압기 제조에 사용되는 방향성 전기강판(GOES)을 파생상품으로 지정할 경우, 이미 심각한 변압기 공급 부족이 더욱 악화돼 미국 경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LS일렉트릭은 상무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한국과 같은 동맹국으로부터의 수입은 중국산 공급을 대체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하고 안전한 대안"이라며 "미국의 정책 목표인 디리스킹(위험 감소)과 적대적 공급원 의존도 축소를 직접적으로 지원한다"고 강조했다.
HD현대일렉트릭도 의견서를 통해 "변압기에 품목별 관세를 적용하면 공급 부족을 심화시키고 에너지 인프라 프로젝트를 지연시키는 것은 물론, 국방·공공 시설에 차질을 빚어 국가 안보 위험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목록에 제품을 추가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고 주기적으로 미국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상무부는 지난 5월 1차 의견 수렴 이후 냉장고, 건조기, 세탁기, 식기세척기, 냉동고, 조리용 스토브, 레인지, 오븐,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 등 가전제품을 철강 파생상품 명단에 포함했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파생상품 명단 확대가 당초 취지를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관세 부과 대상을 계속 확대할 경우 "미국에서 완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파생상품 수입에 의존하는 하류 제조사들에 과도하고 상당한 경제·행정적 부담을 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LG전자는 가전제품 제조에 사용되는 철강·알루미늄의 양이 극히 적어 미국의 안보 이익에 의미 있는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며 가전제품을 파생상품 명단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는지 재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상무부는 지난 9월부터 2차 의견 수렴을 진행했으나 아직 파생상품 목록에 추가할 품목은 발표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1차 확대 당시 지나치게 많은 품목이 포함되면서 혼선과 경제적 여파가 컸던 만큼 상무부가 2차 확대에는 신중하게 접근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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