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말하는 Z세대는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나, 지금 취업과 커리어 선택의 한복판에 서 있는 세대다. 이들은 기업을 삶과 생계를 걸어야 하는 곳으로 본다. 그래서 리더에 대한 평가는 이미지가 아니라 경험에 가깝다. 회사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했는지가 판단의 기준이 된다.
위기에서 자리를 지킨 리더
숫자만 보면 압도적이다. 그러나 이 결과를 ‘인기’로 해석하면 Z세대도 이재용 회장도 동시에 오해하게 된다. Z세대의 선택은 환호가 아니라 신뢰의 표시에 가깝다.
Z세대는 리더를 멀리서 보지 않는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상황이다. 회사가 흔들릴 때 누가 자리를 지켰는지, 문제가 터졌을 때 누가 책임을 떠안았는지,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조직이 실제로 멈추지 않았는지다. 이 질문 앞에서 이재용이라는 이름은 자연스럽게 호출됐다.
Z세대가 말하는 실력 역시 불확실한 환경에서 조직을 망치지 않는 능력이다. 위기가 반복되는 동안, 최소한 회사가 멈추지는 않았다는 사실. 이 평가는 감정이 아니라 체감된 경험에서 나왔다.
‘버텨낸 시간’이 만든 조건부 신뢰
이재용 회장의 기업가정신은 화려하지 않다. 그는 창업자도 아니고, 무대 위에서 혁신을 선언하는 인물도 아니다. 대신 이미 거대해진 조직을, 점점 더 복잡해진 환경 속에서 책임져야 하는 자리에 있었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 미·중 기술 갈등, AI 전환, 내부 리스크까지 겹친 시간 속에서 요구된 것은 결단의 수사보다 버텨내는 선택이었다. 기업가정신을 ‘새 판을 여는 용기’로만 정의하면 이 시기를 설명할 수 없다. 성숙한 대기업에서는 ‘판이 무너질 때 책임을 떠안는 능력’이 기업가정신의 핵심으로 이동한다. 이재용 회장의 리더십은 바로 그 지점에 서 있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리더십이 평가받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는 회사를 단숨에 바꾸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조직 문화를 고치고, 방향을 정렬하며 시간을 들였다. 도요타 역시 전기차 전환 국면에서 속도를 조절하며 신뢰를 지켰다. 파괴적 혁신보다 지속 가능한 전환이 장기 경쟁력이 된다는 점에서, 이재용의 선택 역시 같은 궤도에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전환점이 나온다.
Z세대가 보낸 신뢰는 ‘유지에 대한 평가’이지, ‘미래에 대한 위임장’은 아니다. Z세대가 삼성의 현재를 봤다면, 이제 모든 세대가 삼성에 던지는 질문은 미래다.
“이 조직은 다음 시대에도 여전히 선택할 만한가.”
이 질문은 비판이 아니다. 삼성이라는 기업이 그만큼 큰 책임을 지고 있다는 뜻이다.
초격차는 선택이 아니라 시대적 사명
AI는 기존의 반도체 경쟁을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밀어 올리고 있다. 이제 경쟁의 본질은 메모리냐 파운드리냐의 문제가 아니라, AI 시대의 기준을 누가 정의하느냐의 싸움이다.
이 지점에서 초격차는 구호가 아니라 필연이 된다.
버텨낸 조직은 많다. 그러나 다음 질서를 만드는 기업은 많지 않다. 삼성이 다시 초격차를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는 더 앞서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이 규모와 이 책임을 지고 있는 기업에게는 그 선택 외의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초격차란 기술 하나를 앞서는 것이 아니다. AI 반도체에서 생태계의 기준을 만드는 역할,
연구개발에서 성공보다 실패를 감당할 수 있는 구조, 조직에서 관리 효율보다 미래 인재가 머물 수 있는 질서. 이 모든 것이 함께 움직일 때만 초격차는 현실이 된다.
이번 조사에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등 성과와 조직 변화를 함께 책임져 온 리더들이 상위권에 오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는 Z세대가 개인의 서사보다 조직이 만들어낸 결과를 기준으로 리더십을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재용 회장이 1위에 오른 이유 역시 같다. 삼성이 가장 힘들었던 시간 동안, 그 무게를 가장 오래 감당해 온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이 점은 분명한 성과이며, 평가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동시에, 이 신뢰는 완성형이 아니다. Z세대는 존경을 쉽게 주지 않는다. 성과가 흔들리면 평가는 언제든 달라진다. 이번 선택은 찬사가 아니라 “지금까지는 책임을 다했다”는 조건부 신뢰다.
초격차기업으로 국민 모두의 신뢰를 얻어라
오늘날 가장 어려운 기업가정신은 단순한 생존도, 무모한 도약도 아니다. 책임을 감당해 온 사람이, 다음 시대의 판을 여는 선택까지 감당하는 것이다. Z세대가 이재용을 선택한 이유는 그가 가장 빛났기 때문이 아니라, 책임을 지켜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이재용 회장과 삼성그룹에 남은 과제는 분명하다.
AI 시대, 삼성을 다시 한 번 초격차 기업으로 증명하는 일이다.
모든 세대가 바라는 것은 다르지 않다. 말이 아니라 실천, 기대가 아니라 성과다.
그 실천과 성과가 쌓일 때, 이재용이라는 이름과 삼성이라는 조직은 앞으로도 Z세대를 넘어 모든 세대의 신뢰를 받을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