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균형발전 특별기획] '지역'이 사라진다…수도권 집중이 만든 '침묵의 붕괴'

  • 지자체 10곳 중 6곳이 소멸위험…인구 분산, 산업·일자리·인프라 고려해야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전경. [사진=나주시]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전경. [사진=나주시]

올해 11월 기준 전국 229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소멸위험지역은 138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지자체 중 60%가량이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소멸 위험 단계에 들어선 셈이다. 수도권과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면 상당수 지역이 인구구조 악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방 소멸은 통계상 위험 단계에 그치지 않고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학생 수 감소로 초·중·고교 통폐합이 이어지고 분만 산부인과와 응급의료시설이 문을 닫으면서 의료 공백이 일상화된 지역도 늘고 있다. 중소 도시와 농산어촌에서는 상점과 병원이 잇따라 폐업하며 생활 인프라 전반이 위축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 배경으로는 수도권으로 인구와 자본, 일자리 집중이 지목된다. 청년층이 교육과 취업을 이유로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책 결정 기능과 기업, 산업 기반 역시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방의 성장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구 유출과 고령화, 지역 경제 침체가 동시에 진행되며 악순환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지방 소멸은 지역 차원의 문제를 넘어 국가 전반적인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노동력 감소 속도가 빨라지고 연금과 복지 지출, 노후 사회간접자본(SOC) 유지 비용 등 재정 부담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인구가 급감한 지역에서는 국토 관리와 재난 대응 여건이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공공기관 이전과 초광역 메가시티 구상 등을 통해 균형 발전 정책을 추진해 왔다. 노무현 정부 시절 공공기관 이전과 혁신도시 조성은 일부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지만 인구와 산업을 장기적으로 정착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에는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과 수도권 공공기관 2차 이전 추진, 초광역 협력 강화 등이 다시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부 공공기관 이전이나 재정 지원만으로는 지방 소멸 속도를 늦추는 데 그칠 수 있다"며 "산업 경쟁력과 일자리, 교육·의료·주거 인프라가 함께 이전되지 않으면 인구 분산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사실상 수도권 집중이 만든 ‘침묵의 붕괴’는 이미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삼수 LH 토지주택연구원 박사는 “수도권 한 곳이 과도하게 비대해지면 도시 경쟁력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리스크가 커진다"며 "청년 유출은 산업 기반 약화로, 산업 약화는 다시 인재 부족을 불러오는 악순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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