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포드와 9.6조 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 해지…'트럼프發 전기차 캐즘 여파'

포드, 전기차 중심 사업 계획 대폭 수정...하이브리드, 내연기관 생산 확대키로

LG에너지솔루션 대전기술연구원의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와 맺었던 9조6000억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 공급 계약을 해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의 환경 정책을 폐기하고 있는 가운데 그 여파로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이 본격화한 영향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17일 공시를 통해 포드와 체결했던 전기차 배터리 셀·모듈 장기 공급계약이 상대방 측의 해지 통보로 종료됐다고 밝혔다.

앞서 양사는 작년 10월에 2027년부터 2032년까지 6년간 총 75GWh(기가와트시),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34GWh 규모의 배터리 장기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는 모두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서 생산돼 유럽용 전기차에 공급될 예정이었다.

이번에 해지된 계약은 2027년부터 2032년까지 계약 건으로, 해지 규모는 약 9조6030억원 수준이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 매출액의 28.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의 정책 환경과 전기차 수요 전망 변화로 인한 거래 고객사(포드)의 일부 전기차 모델 생산 중단 결정과 이에 따른 계약 해지 통보에 따른 사항"이라며 "고객사와 중장기적 협력 관계는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포드는 15일(현지시간) 기존의 대형 전기차 중심 생산 전략을 대폭 수정해 수익성 높은 하이브리드 및 내연기관 차량과 소형 전기차 생산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F-150 픽업 트럭 등 대형 전기차 모델 생산을 중단하는 대신 트럭, 밴, 하이브리드 차량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의 사업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포드는 이같은 전략 수정으로 인해 이익이 195억 달러(약 28조84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내연기관 차량에 우호적 정책을 펴면서 전기차 산업 전망이 악화된데 따른 것이다. 일례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바이든 정부에서 도입했던 자동차 연비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했는데, 이는 전기차보다 연비가 불리하던 내연기관 자동차에 우호적인 조치이다.

포드는 성명을 통해 전기차, 특히 대형 전기차 사업 모델이 "악화됐다"며 "이는 예상보다 낮은 수요와 높은 비용 및 규제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영업 환경이 변했다"며 "우리는 자본을 보다 높은 성장 기회가 있는 분야로 재배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10월에는 미국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 역시 수요 약화로 인해 전기차 사업을 대폭 축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