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대표도서관 건립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로 매몰됐던 노동자 4명이 모두 사망했다. 사고는 지난 11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옛 상무소각장 부지에서 발생했다. 공공시설 공사 현장에서 벌어진 참사라는 점에서 충격은 더 크다. 시민의 안전과 신뢰를 상징해야 할 도서관이, 정작 가장 기본적인 안전조차 지켜지지 못한 현장이 됐다. 무너진 것은 구조물만이 아니다. 기본과 원칙, 상식이 함께 붕괴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산업·공공 현장에서 반복되는 안전사고를 두고 “같은 사고가 되풀이된다면 우연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고 여러 차례 경고해 왔다. 이번 사고는 그 경고가 여전히 현장에서 충분히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이미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와 인천 포스코 건설 현장 사고를 겪었다. 현장은 달랐지만 공정 압박 속에서 안전이 뒤로 밀리고, 책임이 나뉘어 흐려졌다는 구조는 놀라울 만큼 닮아 있다.
한국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통해 법적으로는 안전 책임의 귀속을 분명히 했다. 중대 사고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에게 최종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문제는 사고 이후의 책임이 아니라, 사고 이전의 판단과 권한이다. 현장에서는 여전히 발주처와 원청, 하청, 감리 사이에 안전 판단 권한이 분산돼 있다. 위험을 감지해 공정을 멈출 권한은 불분명한 반면, 책임은 사후적으로 한곳에 모인다. 책임은 단일화됐지만 권한은 분산된 이 모순이 사고의 반복을 낳고 있다.
해외 사례는 명확한 교훈을 준다. 영국은 대형 공사에서 안전에 대한 최종 판단과 공정 중단 권한을 한 주체에 부여하는 구조를 제도화했다. 일본 역시 원청이 안전을 이유로 공정을 멈추는 판단을 관행과 문화로 정착시켰다. 사고 이후의 처벌보다 사고 이전에 작동하는 단일한 판단 구조가 핵심이라는 점에서다. 고대 로마의 격언처럼 “기초 위에 세워지지 않은 건물은 오래 서지 못한다.” 안전의 기초는 설계도가 아니라 책임과 권한의 일치다.
기본이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위험 앞에서 멈출 수 있는 용기, 원칙을 선택하는 판단, 결과 앞에서 책임을 피하지 않는 태도다. 이 기본이 정치와 행정, 사회 전반에서 흔들릴 때 그 균열은 가장 먼저 현장에서 드러난다. 광주대표도서관 붕괴는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기본이 무너진 사회가 가장 취약한 지점에서 치른 대가다.
대책은 분명하다. 공공 공사부터 안전에 대한 사전 판단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형식적 점검이 아니라 상시적인 현장 감독이 작동해야 한다. 위험을 알린 사람이 불이익을 받지 않고, 공정을 멈춘 판단이 존중받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는 새로운 규제가 아니라 상식을 회복하는 일이다.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이며, 규제가 아니라 기본이다. 법은 이미 만들어졌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법과 원칙이 사고 이후가 아니라 사고 이전에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기본·원칙·상식이 다시 살아 움직일 때만, 공공의 이름으로 세운 시설은 시민의 신뢰를 지킬 수 있다. 그것이 희생자들에게 공동체가 져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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