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한일 정상회담, 내달 13∼14일께 日나라 고찰서 개최 조율"

13∼14일께 개최 전망…정상회담 장소로 도다이지 유력

日마이니치 "아베 피격 장소 방문과 헌화도 검토"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나스렉 엑스포센터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비공식 약식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내달 13∼14일께 일본 나라시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양측이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니치신문은 11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한·일 양국 정부가 나라현 나라시에서 정상회담과 만찬 등 일정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출신지이자 지역구인 나라현은 일본 고대 수도로, 교토와 함께 대표적인 고도(古都)로 꼽힌다. 정상회담 장소로는 대불로 유명한 유서 깊은 고찰 도다이지(東大寺)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대통령실도 지난 9일 양국 외교 당국이 이 대통령의 내달 1박 2일 방일 일정을 조율 중이라며 방문지는 나라현 나라시, 일정은 13∼14일이 유력하다고 밝힌 바 있다.

마이니치는 도다이지가 나라 시대(710∼794)에 창건된 사찰로, 한반도 백제 출신 도래인과 깊은 연관을 지닌 곳이라고 설명했다. 도래인은 고대에 한반도와 중국 등지에서 일본으로 건너가 기술과 문화를 전한 사람들을 뜻한다. 

신문은 지방에서 회담을 열 경우 의례적 절차가 줄어들어 보다 친밀한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일본은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한 가운데 한국과의 협력 기조를 유지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지난달 7일 다카이치 총리가 대만 유사시 일본의 개입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중국과의 관계가 급격히 경색된 상태다. 최근에는 중국 전투기가 일본 전투기에 레이더를 조준하는 사건까지 발생하며 군사적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양국 정상이 2022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유세 중 피격돼 사망한 야마토사이다이지(大和西大寺)역 인근을 방문해 헌화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경 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총리는 아베 전 총리의 정치 노선을 계승해 왔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경제·안보·사회 등 주요 분야 협력과 양국 교류 확대 방안이 핵심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10월 30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첫 회담을 갖고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 한·일 협력의 중요성에 공감한 바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셔틀 외교’ 복원 합의와 관련해 "셔틀 외교의 정신에 따라 제가 일본을 방문해야 하는데, 가능하면 나라현으로 가자고 말씀드렸다. 본인도 아주 흔쾌히 좋아하셨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내달 방일이 성사되면 취임 후 5번째 한·일 정상회담으로 양국 간 '셔틀 외교'가 실질적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6월 17일 캐나다 카나나스키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이시바 시게루 당시 일본 총리와 첫 회담을 갖고 관계 복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어 8월 23일에는 이시바 총리의 초청으로 도쿄를 방문해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가졌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양자 방문 국가로 일본을 택한 것은 이 대통령이 처음이다. 당시 양국 정상은 수소·AI(인공지능) 등 경제 분야, 저출산·고령화·수도권 집중 등 사회 문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한·미·일 안보 협력 등 폭넓은 현안을 논의했다.

이후 한 달 만인 9월 30일 이시바 총리는 이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서울이 아닌 부산을 답방해 세 번째 회담을 진행했다. 양국 정부는 이 회담을 바탕으로 저출산·고령화, 국토 균형발전 등 공통 사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한·일 협의체를 가동하고 협의체 전반을 총괄하기 위한 협의도 정기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