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 칼럼] 진옥동 회장, AI 시대 금융을 여는 기업가정신을 보여야 한다

신한금융지주의 진옥동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곽수근 회장추천위원장은 “재임 중 괄목할 만한 성과를 창출하고 미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였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해 4조4502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세 분기 만에 이를 넘어섰고, 그룹 시가총액도 3년 만에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이러한 성과는 디지털 전환, 글로벌 확장, 주주가치 제고가 서로 맞물려 작동한 결과였으며, 연임 결정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번 연임의 의미는 단순한 성과를 넘어선다. AI와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대한 전환기 앞에서, 진 회장이 금융의 미래를 어떤 철학과 방향으로 이끌 것인지가 더 중요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보수적 금융, 기술혁명과 마주선 순간

금융은 본래 보수적이다. 은행의 존재 이유가 고객자산을 지키는 데 있는 만큼, 새로운 기술은 언제나 기회만큼이나 위험을 동반한다. 은행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지금의 기술 변화는 전통적인 신중함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고 거세다. 진 회장이 언급한 LLM, 멀티모달, 양자컴퓨팅, 월드모델 AI 같은 기술들은 금융이 의존해온 기초 구조 자체를 다시 짜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그렇기에 그의 “리더는 한 발 앞서 미래를 예측해야 한다”는 말은 단순한 경영수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금융이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다시 이해하고 재정의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가정신 없는 금융, AI 시대에 설 자리가 없다

이런 기술 변화는 결국 금융 리더에게 기업가정신을 요구한다. 필자는 논문에서 기업가정신을 “불확실성 속에서 기회를 발견해 조직의 미래 자산으로 전환하는 능력”으로 정의했다. 이는 제조업이나 IT 산업에만 해당하는 개념이 아니라, 오히려 금융에 더 절실한 원칙이 되었다. 왜냐하면 금융의 경쟁자는 더 이상 옆 은행이 아니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장악한 빅테크, 민첩성을 가진 핀테크가 금융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현실에서, ‘안전’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조직은 오히려 더 큰 위험에 노출된다. 금융의 기본이 위험관리라면, AI 시대 금융의 본질은 위험 속에서 기회를 읽어 내는 능력이다. 그런 점에서 진 회장의 경력은 의미심장하다. 상고 출신으로 은행 현장에서 시작해 글로벌 금융지주 회장에 오른 그의 궤적은 스스로 길을 만든 개척자의 면모를 보여준다. 일본 SBJ은행을 출범시키고 성장시킨 경험은 복잡한 환경 속에서도 기회를 만들어낸 사례이며, 이러한 DNA는 기술 전환기에서 더욱 빛을 발할 자산이 된다.

곽수근 위원장의 평가가 던지는 메시지

곽수근 회장추천위원장은 진 회장을 평가하며 “단순 재무성과를 넘어 미래 경쟁력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이는 그의 지난 3년을 단기 성과 관리가 아니라, 신한금융의 향후 10년을 준비해온 시간으로 바라본 평가이다. 곽 위원장이 “AI 전환을 선도하려는 장기 관점”을 높게 평가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읽힌다. 금융 리더십의 기준이 재무성과 중심에서 AI 대응력과 미래 전략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진 회장이 “신뢰를 가장 큰 축으로 삼겠다”고 한 발언 역시 이 변화와 맞닿아 있다. 금융에서 신뢰는 언제나 출발점이었지만,  신뢰는 기술을 경계하는 태도가 아니라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서 시작된다. 디지털 커런시, AI 기반 리스크 관리, 초개인화 금융, 글로벌 확장 등 변화의 흐름은 결국 모두 기업가정신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진옥동 회장에게 바라는 기업가정신

신한금융은 5조 원대 순이익을 바라보는 거대 금융그룹이다. 조직이 커질수록 속도는 느려지고 기존 관성이 강해지지만, 지금의 금융 시장은 느슨한 대응을 허용하지 않는다. AI 시대의 금융은 ‘안전한 모범생’이 아니라,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선도자만이 살아남는 시장이다. 그렇기에 진 회장이 기술을 이해하는 금융인, 전략을 읽는 경영자라는 강점을 넘어 기업가정신을 갖춘 리더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신한금융이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금융기업으로 도약하려면 전통적 안정성과 기업가적 혁신 능력을 동시에 품어야 한다. 기술혁명은 위기가 아니다. 한국 금융이 다시 태어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이 전환기에 진옥동 회장이 금융의 새로운 지도를 그려내길 기대한다.
 
사진아주경제 DB
[사진=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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