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이 발생한 지 1년이 되지만 어둠은 완전히 걷히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반헌법적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1년을 앞두고 나온 여당 대표의 발언이다. 비상계엄으로 우리 사회를 뒤덮은 혼란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을 단적으로 표현한 문장으로 평가한다.
기자는 지난해 12월 이후 10차례 정도 채운 이 지면 공간을 1~2차례를 제외하고는 비상계엄의 잘못을 탓하는 데 할애했다. 각각의 글 내용을 보면 '비상계엄' '파면' '대통령 선거' '특별검사' '국민의힘' 등의 단어들이 등장했다. '정상 외교' '검찰' 등도 비상계엄을 직접 언급한 내용의 글이 아니더라도 간접적인 영향에 따라 자연스럽게 쓰게 된 단어들이다. 하지만 앞으로 몇 차례는 비슷한 내용의 글을 반복적으로 더 강도 높게 써야 할 것 같은 예상이 든다.
이후 글에서는 어떠한 또 다른 기상천외한 단어가 튀어나올지 모를 일이다. 내란 특검의 수사가 마무리 단계인 가운데 윤석열 정부 법무부 장관이 영부인을 '김안방'으로 저장해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처럼 비상계엄으로 파국을 맞이한 이전 정부의 만행은 계속해서 밝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앞서 파면으로 끝난 박근혜 정부에 이어 '국정 농단'이 되풀이됐다는 사실은 국민을 더 분노하게 하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 나흘 후 대국민 담화를 통해 "법적·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던 윤 전 대통령은 재판에서 전혀 반대의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윤 전 대통령의 체포 실패, 석방 등 내란 수괴 혐의자에 대한 이해할 수 없는 사법 절차 등을 고려하면 지난 1년은 순탄하지 않은 과정이었다. 그러한 힘든 과정을 거쳐 지난달 26일에야 비상계엄으로 기소된 주요 인물의 첫 재판이 마무리됐다. 내란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받는 우두머리 혐의를 포함해 중요 임무 종사자, 방조자 등이 벌인 행위를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테러"라고 직격했다. 특검의 구형량이 적절한지를 차치하고서라도 비상계엄의 책임을 물어야 할 과정은 1년이 된 이 시점이 사실상 시작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 사건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은 내년 1월 20일이 돼야 내려진다.
윤석열 정부의 몰락으로 야당이 된 국민의힘의 상황은 1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비상계엄 직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하면서 비상계엄과 탄핵에 대해 사과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자중지란'의 모습을 보인다. 오히려 여당에 책임을 돌리는 듯한 당대표의 태도는 자당이 배출한 대통령의 그것과 매우 비슷하고, 1년 전보다는 더 후퇴한 인식을 나타낸다는 느낌에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을 다시 읽어주고 싶은 생각이 들게끔 했다. 정당 내에서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지만 최소한 비상계엄에 대한 인식만큼은 반성적이고 일관된 모습을 보여야만 다수 국민의 용서를 받으면서 제대로 된 정당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정부는 12월 3일을 '민주화운동기념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마주한 비상계엄을 통해 우리 국민은 민주주의와 헌법의 소중한 가치를 깨달았지만 더 큰 의미를 부여해 기억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윤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가 실패했는데도 그 행위를 옹호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아주 위험한 발상이다. 민주주의와 헌법이 또다시 훼손되는 비극이 반복되는 것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헌정 질서를 문란하게 한 자들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은 물론 계속해서 그날의 의미를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