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팬데믹 이후 지형은 크게 바뀌었다. OTT가 국내 제작 생태계에 진입하면서 제작비는 급격히 상승했고, 배우 출연료는 그보다 더 빠르게 뛰었다. 업계에서는 “넷플릭스 이후 톱 배우 개런티가 2~3배 올랐다”는 말이 반복된다. 실제로 일부 작품은 주연 배우 출연료만으로 전체 제작비의 20~30%를 넘어선다.
문제는 이 비용 구조가 콘텐츠의 성과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명 배우 = 흥행”이라는 공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올해 박스오피스를 보면 관객이 선택한 작품은 대규모 상업영화가 아닌 새로운 얼굴과 합리적 예산, 다른 감각을 가진 중소 규모 영화였다. 극장에서 관객을 모으지 못한 작품들이 OTT로 이동하는 상황도 반복되고 있다. 제작비와 시장 성과 사이의 불균형이 더 이상 숨겨지지 않는 셈이다.
이 와중에 넷플릭스가 내부적으로 출연료 상한선을 논의하고 있다는 업계 소식은 시사점이 크다. 성장의 동력이었던 OTT조차 지금의 구조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인지했다는 뜻이다. K콘텐츠가 글로벌 호황을 맞았지만 산업을 지탱하는 기반은 정반대로 흔들리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는 이미 러닝개런티나 성과 기반 계약이 일반적이다. 제작비 부담을 분산하고 흥행의 책임과 보상을 함께 나누는 방식이다. 한국 영화산업도 같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배우·제작사·플랫폼이 공존 가능한 시스템 없이는 제작 규모는 더 축소될 것이다.
K콘텐츠는 지금 ‘전 세계가 주목하는 시간’을 지나고 있다. 그러나 성공이 곧 지속 가능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지금 필요한 건 더 큰 예산이나 더 유명한 배우가 아니다. 산업의 균형을 되돌리는 구조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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