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이순재는 텔레비전 드라마 초창기부터 OTT 시대까지 한국 영상예술의 흐름을 관통한 인물이다. 서울대 철학과 재학 중 연극반에서 연기를 시작했고,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했다. 이듬해 대한방송(현 KBS 전신) 드라마에 출연하며 브라운관 시대와 함께 배우 경력을 쌓았다.
그의 활동 영역은 사극, 정통극, 시트콤, 영화, 연극을 오갔다. 1991년 MBC ‘사랑이 뭐길래’에서 가부장적 가장 역할로 전국적 인지도를 얻었고, 이후 ‘허준’ ‘상도’ ‘불멸의 이순신’ ‘이산’ 등 사극에서 중량감 있는 역할로 존재감을 확립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시트콤을 통해 젊은 세대와 접점을 넓히며 또 다른 전환점을 만들었다.
그는 연기에 대한 태도에서도 명확했다. 생전 본지 인터뷰에서 이순재는 “연기는 창조성이다. 작품보다 못하는 연기가 있고, 작품과 비슷한 연기가 있고, 작품을 올려주는 연기가 있다”며 “대사만 잘 외운다고 연기가 되는 건 아니다. 그런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연구하지 않으면 연기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톱스타라고 해서 연기도 톱이라고 착각해선 안 된다. 한 역할만 반복하고 고정된 연기로 안주하는 건 배우로서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대는 그의 마지막까지 이어진 활동 무대였다. 80대 이후에도 연극 ‘장수상회’ ‘앙리할아버지와 나’ ‘리어왕’ 등에 출연하며 연기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특히 ‘리어왕’은 200분이 넘는 대사를 무대에서 직접 소화하며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예능에서도 활동 폭을 넓혔다. 2013년 tvN ‘꽃보다 할배’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상과 여행 속 모습으로 대중과 다시 만났다. 당시에도 그는 “아직 배울 것이 남아 있다”고 말하며 ‘현역 배우’로서의 의지를 드러냈다.
이순재는 25일 새벽 별세했다. 향년 91세. 마지막까지 작품 활동을 이어온 배우였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7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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