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 대표 정치인도 트럼프 '손절'…엡스타인 논란에 균열 확대

  • '엡스타인 파일 공개' 두고 트럼프 2기 핵심 기반 '흔들'

  • 美 하원, 이번 주 엡스타인 파일 공개 법안 표결 예정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친분을 풍자한 조형물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친분을 풍자한 조형물.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민정책 변화와 장기화된 셧다운(연방정부 업무 중단) 및 엡스타인 스캔들 등 악재가 겹친 가운데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에서도 분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번 주 있을 미 하원의 엡스타인 파일 공개 법안 표결을 앞두고 엡스타인 스캔들이 지지층 균열을 확대하는 변수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대표적 '마가' 정치인이라 불리는 마조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의원과 공개 충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 소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그는 좌파로 돌아서며 공화당 전체를 배신했다"며 "마조리 '반역자'(Traitor) 그린은 우리 위대한 공화당의 수치"라고 강력 비난했다. 이에 그린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나를 공격했고, 나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며 "그를 벼랑 끝으로 몬 것은 바로 이것 같다. 바로 엡스타인 파일이다"라고 반박했다.

그린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 문제에 지나치게 치중한다며 물가·의료보험 등 국내 현안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인물로, 최근 들어서는 엡스타인 파일 공개를 막아선 안 된다고 연일 촉구해 왔다.

엡스타인 파일은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으로 수십 명의 미성년자 성범죄 혐의를 받고 있던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에 대한 수사 문건을 가리킨다. 그는 2019년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생전 각국 유력 인사들과 폭넓게 교류했고 트럼프 대통령과도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와중에 최근 민주당이 공개한 엡스타인의 이메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성범죄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내용이 포함돼 트럼프 대통령의 연루 의혹도 제기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그린 의원의 충돌은 마가 계층의 분열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이다. 실제로 공화당 강경파와 극우 성향 지지층은 "정부와 기득권이 엡스타인 네트워크를 숨긴다"며 공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지난달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는 공화당원 10명 중 9명이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운영 전반을 지지했지만, 엡스타인 파일 처리 방식에 대해서는 10명 중 4명만 긍정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셧다운 종료로 연방정부 업무가 재개된 날, 법무부에 엡스타인 관련 수사 자료 전면 공개를 요구하는 법안을 표결에 부치자는 청원이 필요한 서명을 모두 확보했다. 청원에는 하원 민주당 의원 전원과 공화당 의원 4명이 참여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미 하원이 오는 18일 해당 법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 파일 외에도 최근 중국인 유학생 비자 허용, H-1B 비자 프로그램에 대한 긍정적 평가 등 기존 지지층과 상충하는 메시지가 이어지면서 내부 불만이 커지고 있다. 그는 지난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인 유학생 대규모 비자 허용과 H-1B 비자 찬성 발언이 반(反)MAGA 입장이 아니냐'는 질문에 "MAGA는 내 아이디어이며, 내가 누구보다 MAGA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진영 내부의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조지워싱턴대 토드 벨트 교수는 "경제 문제나 관세 정책 변화는 MAGA가 어느 정도 용인할 수 있지만 엡스타인 논란은 트럼프가 강조해온 '딥스테이트(연방정부 내 기득권 집단)와의 싸움' 서사와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정치학자 셰리 버먼은 "엡스타인 논란과 생활비 위기라는 두 축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트럼프가 전례 없는 위협에 직면했다"며 "강경 지지층과, 향후 선거에서 이탈할 수 있는 중도 유권자가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엡스타인 문건 공개 법안이 하원과 상원을 모두 통과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이 사안이 트럼프 2기 내내 지속적인 정치적 부담으로 남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내년 중간선거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직면한 정치적 딜레마를 극명하게 드러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피터 로그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공화당 의원들이 인기 없는 정책을 옹호해 총선에서 위험을 감수할지, 대통령을 비판해 트럼프의 역공을 감수할지 선택해야 하는 구조"라며 "2026년은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의 성적표이자 대리전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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