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닫은 부유층...수퍼카(람ㆍ롤ㆍ포) 시장도 꺾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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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아주경제 DB]

"1년 6개월전에 주문한 롤스로이스 컬리넌 출고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금리가 여전히 너무 높고, 고환율 때문에 회사 경영 여건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구매를 취소했습니다. 주변 상황도 다들 비슷해 계약을 양도할 가족이나 지인도 구하기 쉽지 않네요. 결국 계약금 3000만원을 날렸지만 후회는 없습니다."(중소기업 사장 이모씨)
 
저소득층과 중산층에 불어닥친 불황 여파가 상류층으로 확산되면서 수퍼카 시장도 영향을 받고 있다. 한 대당 7000만~1억원대하는 프리미엄 수입차와 달라 수억원을 호가하는 수퍼카 시장은 상류층 고정구매 수요가 꾸준해 그동안 불황 무풍지대로 불려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업들의 비용 절감 이슈에 더해 자동차 시장 관심이 초고가 소비재에서 전기차, 하이브리드(HEV) 등 기능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내연기관 중심의 고성능 수퍼카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수퍼카 3대장으로 불리는 람보르기니·롤스로이스·포르쉐의 지난달 판매량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수입차협회가 집계한 람보르기니의 10월 판매량은 전년동기대비 36.7% 줄어든 31대로 조사됐고, 롤스로이스 판매량도 1년전보다 33.3%, 같은기간 포르쉐도 판매량이 15.3%나 감소했다.
 
다른 고가 브랜드의 상황도 비슷하다. '청담동 며느리카'로 불리는 랜드로버의 10월 판매량도 259대로 전년동기대비 15.1% 줄었다. 올해부터 공식 판매를 집계하기 시작한 페라리의 경우 10월 판매량은 22대로 전월대비 37.1%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입차 딜러 관계자는 "수퍼카, 하이퍼카 시장은 아직 내연기관 중심이라 전기차, HEV 등 신차 출시가 더디다"면서 "특히 큰 손이었던 기업이 빠져나가고 개인 구매가 주를 이루면서 초고가 브랜드 모두 판매량 타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고급 수입차 시장에서 3대 브랜드가 차지하는 영향력도 줄어들고 있다. 수입차협회에 등록된 람보르기니, 롤스로이스, 포르쉐의 올해 누적 판매량(1~10월)은 9450대다. 이는 내수 침체로 수입차 판매가 저조했던 2024년(7266대) 성과는 뛰어넘었지만 2023년(1만285대) 수준과 비교하면 8.1%나 줄었다. 반면 전체 수입차 판매량은 2023년 21만9071대에서 올해 24만9412대로 14.3%나 증가해 3대 브랜드 분위기와 대조적이다.  

업계에서는 예상보다 더딘 금리 인하, 경기 성장률 둔화로 인한 고가 소비재 수요 위축 현상이 수퍼카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비용 절감 이슈, 내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투자 집행이 보수화되는 경향, 부동산·증시 등 특정 자산시장 쏠림 현상 등이 강해지면서 상류층이 수퍼카 구매에 대한 큰 메리트를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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