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익숙한 우리 사회에서 자율적 구조조정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정부가 방향을 제시했다고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저마다 손익을 따져봐야 하고, 충돌하는 이해관계도 정리해야 한다.
더욱이 대표적 거대 장치 산업인 석유화학의 경우에는 사정이 더욱 어렵다. 20년 이상 사용할 목적으로 투자해 놓은 거대 설비는 함부로 포기할 수 없다.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은 업체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고부가가치의 스페셜티 제품으로의 전환도 성공이 보장된 것이 아니다. 업계를 무작정 압박하는 것이 능사일 수는 없다.
자율적 구조조정의 성공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도 많다. 무엇보다도 핵심 국가기간산업인 석유화학업계의 어려움을 강 건너 불 보듯 해왔던 정부의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 1990년대부터 과학기술계가 지속적으로 제기했던 정밀화학산업으로의 선제적 개편 요구를 정부가 애써 외면했던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정치적 목적으로 들고나온 정체불명의 녹색성장·창조경제·탄소중립·탈원전 정책으로 산업정책은 완전히 길을 잃어버렸다.
반도체·자동차·조선 등의 후방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석유화학산업은 우리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소재산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럽에서 석유화학산업을 포함한 화학산업을 '산업의 산업'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석유화학산업은 기후 위기를 가속화하고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기피 산업이다. 화학물질에 대한 위해성 정보를 환경부 금고에 넣어두면 국민 안전이 보장된다는 '화평법·화관법'은 사실상 '화학산업퇴출법'이다.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위해 국민 기만적인 화평법·화관법을 폐지 수준으로 개정해야 한다.
지나치게 비싼 전기요금에 대한 대책도 절박하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지난 3년 동안 7차례에 걸쳐 무려 70%나 올랐다. 이제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공급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드는 주택용보다 15%나 더 비싸다. 심지어 미국의 산업용 전기요금보다 절반이나 더 높은 수준이다. 탈원전·탈석탄으로 초래된 전력산업의 위기를 산업계에 떠넘겨버린 것이다.
비싼 전기요금은 석유화학산업에는 치명적인 독약이다. 에너지 다소비 업종인 석유화학산업의 경우 원료비를 제외한 순(純)제조원가의 25%가 전기요금이라는 분석도 있다. 결국 자가발전이나 전기 직구를 통해 한전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자칫하면 국가 전력 수급 체계가 통째로 무너질 수 있는 위기 상황이다.
중국의 값싼 석유화학제품에 대한 환상은 확실하게 버려야 한다. 중국산만 믿고 2011년 요소(尿素) 산업 포기에서 얻은 아픈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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