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파운드리 삼국지...진검 승부는 내년부터

  • TSMC 독주 체제, 삼성의 테슬라 수주로 '흔들'

  • 삼성 추격 속 내수 기반 中 SMIC 성장도 주목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생산 라인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생산 라인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테슬라 AI 칩 수주 등 잇단 낭보를 전하면서 한국·대만·중국 간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 쟁탈전이 더욱 격화하는 양상이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을 쥐고 흔들던 대만 TSMC의 영향력 축소와 삼성의 거센 추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도 SMIC 등 자국 파운드리 업체들이 광활한 내수를 기반으로 기술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에 대한 삼성전자의 AI 칩 납품이 본격화하는 내년 이후 진검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테슬라와 끈끈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내년 TSMC 추격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테슬라가 개발 중인 자율주행(FSD)용 AI 반도체 'AI5' 개발·생산에 참여한다.

당초 테슬라는 AI5 물량을 TSMC에 모두 맡긴다는 방침이었으나 최근 AI 반도체 수요 폭증으로 TSMC가 적기 공급을 지속할 수 있을지 우려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TSMC가 연내 양산 예정인 2㎚(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의 가격을 이전 세대 대비 50% 이상 인상하기로 한 것도 테슬라가 공급망 다변화를 도모하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삼성 파운드리는 앞서 7월에도 테슬라와 22조7648억원 규모의 AI6 칩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당시 "실제로는 계약 규모의 몇 배에 달하는 거래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며 삼성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삼성전자가 테슬라·애플 등 글로벌 '빅 샷'과 계약한 사실을 잇따라 전하면서 파운드리 시장 재편 조짐이 감지된다. 올해 2분기 기준 삼성 파운드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8% 수준에 불과했다. TSMC는 엔비디아를 비롯해 AMD, 퀄컴, 미디어텍, 브로드컴, 인텔 등 빅테크 물량을 쓸어 담으며 시장을 주도해 왔다.

삼성전자·테슬라 간 협업이 동맹 수준으로 발전한다면 TSMC 중심 구도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 TSMC는 글로벌 점유율 70% 이상을 유지하며 여전히 압도적인 위상을 보이고 있지만 AI 반도체 수요 분산 움직임, 대만 내 생산 고수 등 리스크로 영향력은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우선 TSMC 매출 50% 이상이 애플과 엔비디아 두 고객사에 집중돼 있지만 빅테크발 공급처 다변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실제 애플은 2㎚ 공정 생산을 전량 TSMC에 맡기지만 테슬라·구글·퀄컴 등은 삼성·인텔로 일부 발주 분산을 시작했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에 공장을 짓고 있지만 그 후에도 수주 물량 70%를 대만에서 생산한다는 방침이라 추후 공급망 이슈에 취약점을 노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중국 SMIC는 첨단 공정에서는 여전히 뒤처져 있지만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글로벌 점유율을 5%까지 끌어올리며 선두권을 뒤쫓고 있다. 화웨이(HiSilicon)와 협업해 7나노급 칩셋 '기린(Kirin)' 시리즈를 생산하며 미국 제재 속에서도 독자 생태계를 구축 중이다.

중국 정부의 대규모 반도체 보조금 지급과 반도체 장비 국산 장비화 정책이 더해지면서 SMIC의 중국 내수 점유율은 60% 이상으로 확대됐다. 미국과 첨단기술 경쟁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지만 탄탄한 내수를 기반으로 반도체 기술력을 예상보다 빠르게 강화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삼성전자와 테슬라의 파트너십은 이벤트성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에 짓고 있는 테일러 팹이 테슬라 기가팩토리와 불과 8㎞ 떨어진 곳에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 외에도 'xAI(머스크의 AI 기업)', 로보틱스 계열(옵티머스 등)의 칩 수요를 가져올 수 있다.

김양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 파운드리와 테슬라 간 계약은 단순 수주 이상으로 의미가 있다"며 "기술 신뢰 회복과 글로벌 고객 재확보의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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