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P배터리 이미지. [사진=LG에너지솔루션]](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5/10/23/20251023145000698875.png)
국정자원관리원 화재로 정부 인터넷 서비스·시스템이 한 달 넘게 장애를 일으키면서 다음 달로 예정된 제2차 에너지저장장치(ESS) 중앙계약시장 입찰 경쟁에서 배터리 '안전'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삼원계(NCA) 배터리 대신 화재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선호할 가능성이 커진 만큼 국내 배터리 3사의 LFP 기술 연구개발과 국내 생산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측된다.
23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거래소는 이달 말로 예정했던 제2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 공고를 다음 달로 연기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당초 지난 9월 중 공고를 낼 계획이었으나 국정자원 화재로 인해 배터리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 중심으로 평가 체계를 보완하기 위해 일정을 연기했다. 이에 올해 말로 예정했던 사업자 선정도 내년 1분기로 연기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ESS 중앙계약시장은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시간대별 에너지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 ESS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지난 8월 563㎿ 규모(약 1조5000억원)로 1차 사업자를 선정했고 조만간 비슷한 규모(540㎿)로 2차 사업자를 선정한다.
1차 입찰에선 국내 생산이라는 이점을 앞세워 삼성SDI가 전체 배터리 공급량의 76%를 확보하며 승기를 잡았다. LFP 양산 능력을 앞세운 LG에너지솔루션은 해외 생산이라는 벽에 막혀 24%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아직 LFP 양산 체계를 구축하지 못한 SK온은 하나도 수주하지 못하며 고배를 마셔야 했다.
2차 입찰에선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보증기간(10년)을 초과한 리튬이온 배터리가 국정자원 화재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평가위원들이 화재 위험도가 낮은 LFP를 선호할 것으로 예측된다. 1차 입찰에선 낮은 가격과 국내 생산이 승부의 향방을 갈랐다면 2차 입찰에선 안전이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배터리 3사 중 가장 빠르게 ESS용 LFP 양산라인을 구축한 LG에너지솔루션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3년 말부터 중국 난징 공장에서 ESS용 LFP 양산에 착수한 데 이어 지난 6월 미국 미시간 공장에서 ESS용 배터리 양산을 시작했다. 오창 공장에도 LFP 생산을 위한 테스트 라인을 구축하고 양산을 위한 최종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창 LFP 라인이 가동되면 국내 생산품이 아니라는 약점마저 극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SK온도 절치부심하고 있다. 이석희 SK온 대표는 지난 20일 연세대 CEO 특강 자리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늘면서 ESS 수요가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ESS는 전기차에 이은 중요한 미래 핵심 성장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미국 조지아 공장뿐 아니라 국내 서산 공장에서도 LFP 양산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SDI는 섣불리 LFP를 앞세우지 않고 당분간 자사 NCA 제품 안정성을 알리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삼성SDI의 NCA 배터리에서 불이 나 국내 데이터센터가 멈춘 적은 없다. 2차 입찰까지는 국내 생산 NCA를 앞세우고 추후 LFP 기반 데이터센터용 제품인 ‘삼성배터리박스(SBB) 2.0’ 양산과 고객 확대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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