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한정숙 삼양사 식품연구소장 "설탕 넘어선 단맛의 '진화' 이제 시작"

  • "건강하게 즐기는 단맛, 시대가 요구하는 방향"

  • 비유전자변형 공정으로 확보한 글로벌 경쟁력

  • 기능성·스포츠 식품 등 다양한 분야 적용 기대

한정숙 삼양사 식품연구소장이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알룰로스의 특징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삼양사
한정숙 삼양사 식품연구소장이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알룰로스 특징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삼양사]

국내 식품 산업 흐름이 빠르게 '저당'과 '제로'로 이동하고 있다. 달콤함은 그대로지만 죄책감은 덜어낸 단맛이 새로운 경쟁 무기가 됐다. 건강을 챙기면서도 맛을 포기하지 않으려 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식품기업들도 설탕을 대체할 감미료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삼양사가 개발한 '알룰로스'가 있다.

삼양사는 2016년 알룰로스를 자체 생산을 시작하며 제로칼로리 감미료 시장의 문을 열었다. 알룰로스는 설탕 대비 70% 정도 단맛을 내면서도 칼로리가 0에 가깝다는 특성을 앞세워 제로 음료와 저당 식품 시장의 핵심 소재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중국 정부에서 해외 기업 최초로 '신식품원료' 인증을 획득하며 기술 경쟁력을 글로벌 무대에서 입증했다.

한정숙 삼양사 식품연구소장은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단맛을 만드는 것이 우리 목표"라며 "단맛을 완전히 배제하기보다 건강하게 설계하는 것이 시대가 요구하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알룰로스는 어떤 감미료인가.
"알룰로스는 과당의 에피머 구조를 가진 단당류로, 설탕과 유사한 단맛을 내지만 칼로리가 제로다. 설탕처럼 혈당이나 인슐린 반응을 유발하지 않아 당류 저감 제품에 적합하다. 단맛뿐 아니라 점도, 윤택, 캐러멜화 반응 등 설탕이 가진 여러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대체 감미료와 차별성을 보인다. 일례로 고감미료는 설탕보다 감미 강도가 매우 높지만 단맛의 질감이 다르다. 당알코올은 설탕과 유사한 점성을 낼 수 있지만 많이 섭취하면 복통이나 설사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알룰로스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다. 감미도가 설탕 대비 70%로 자연스럽고, 설탕의 역할을 그대로 하면서도 칼로리를 줄일 수 있는 감미료다. 식품첨가물이 아닌 식품원료로 등록돼 있어 다양한 식품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삼양사는 비유전자변형(Non-GMO) 효소 공정을 적용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어떤 기술인가.
"삼양사는 알룰로스를 만들 때 자연에서 얻은 미생물을 활용해 효소를 생산한다. 이 효소가 과당 구조를 바꿔 알룰로스로 전환시키는 핵심 역할을 한다.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조작하지 않고 자연 상태에서 활성이 높은 미생물을 선별해 활용하기 때문에 Non-GMO 공정으로 인정받는다. 이처럼 Non-GMO 방식으로 효소를 제조하고 활용하는 공정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최근 원료 투명성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면서 삼양사의 공정은 안전성과 신뢰성을 모두 갖춘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사업 초기에는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다.
"알룰로스는 상업화 초기부터 생소한 원료였다. 당시에는 이름조차 낯설었고 식품업계에서도 적용 경험이 거의 없었다. 생산 단가가 높아 가격 경쟁력이 충분하지 않았지만 효소 공정의 안정화와 생산성 향상을 통해 경제성을 확보했다. 소비자와 기업이 모두 이 원료의 장점을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걸렸고 시장 신뢰를 쌓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한정숙 삼양사 식품연구소장이 지난달 23일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양사
한정숙 삼양사 식품연구소장이 지난달 23일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삼양사]

-알룰로스가 시장에 알려지는 데 전환점이 있었나.
"제로 음료와 저당 제품이 확산되면서 알룰로스 존재가 소비자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기존 제로 음료들이 고감미료의 인공적인 맛 때문에 거부감이 있었던 반면 알룰로스를 활용하면 설탕과 거의 비슷한 단맛을 낼 수 있었다. 소비자 인식이 크게 달라진 계기였다. 이후 제로 음료뿐 아니라 제로 소스, 제로 디저트, 제로 아이스크림 등으로 확대되며 '제로'가 하나의 식품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다. 알룰로스는 제로 제품 시장이 성장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식이섬유 원료와 병용 연구도 진행 중이다. 기대하는 점이 있다면.
"삼양사는 알룰로스와 난소화성 말토덱스트린 같은 식이섬유 소재를 함께 사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식이섬유는 장 건강과 혈당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소재로, 알룰로스와 병용하면 단맛과 질감을 유지하면서도 기능성을 강화할 수 있다. 두 원료를 함께 적용하면 '저당과 고식이섬유' 콘셉트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어 맛과 건강을 모두 고려한 제품 개발이 가능하다."

-해외시장 진출 현황과 계획은.
"북미를 중심으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미국은 저당 식품 시장이 가장 크고, 트렌드 변화 속도도 빠르다. 삼양사는 현지 기업들과 협업을 확대하며 적용 제품을 늘려가고 있다. 북미 시장에서 축적한 경험을 기반으로 유럽, 호주, 동남아 등으로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각국의 식품 규제와 인증 제도가 달라 준비 과정이 필요하지만 삼양사는 글로벌 인허가 체계를 이미 갖추고 있어 대응 가능하다."

-향후 알룰로스 연구 방향은.
"현재 알룰로스는 음료, 베이커리, 유제품, 소스, 구미 등 다양한 식품에 적용되고 있다. 앞으로는 건강기능식품이나 스포츠음료 등 당이 쓰이는 거의 모든 영역으로 확장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항비만·항산화 등 기능성 연구도 일부 동물실험 단계에서 진행 중이며 과학적 근거가 축적되면 건강기능식품 분야로 활용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연구소를 이끄는 책임자로서 목표는.
"단맛은 인간이 본능적으로 좋아하는 맛이다. 하지만 건강을 해치지 않으면서 즐길 수 있는 단맛이 필요하다. 삼양사는 앞으로도 안전하고 건강한 단맛을 통해 소비자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할 것이다. 특히 삼양사는 알룰로스를 중심으로 식이섬유, 단백질 등 건강 소재를 함께 적용해 '헬시 스위트' 콘셉트를 구체화하고 있다. 단맛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맛과 영양, 기능성을 함께 설계하는 연구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소비자들이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단맛'을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연구소의 가장 큰 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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