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소방당국 관계자들이 나오고 있다. 전날 오후 8시 20분께 자원관리원 전산실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폭발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9시간 50분 만인 이날 오전 6시 30분께 초진 완료했다. [사진=연합뉴스]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데이터센터(전산실) 화재로 인해 정부 인터넷 서비스의 부실한 민낯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데이터를 보관·운영하는 클라우드 환경 이중화를 제때 하지 않으면서 정부 인터넷 서비스 마비라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화재로 인해 '정부24'와 '우체국'을 포함한 정부 인터넷 서비스 70여개와 대국민 행정 서비스 647개가 일제히 마비됐다. 정확한 복구 시점은 미정이다.
IT 업계에선 공공 데이터를 보관하는 클라우드 환경 기반 서비스 이원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주요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나면서 서비스 전반이 마비된 것으로 보고 있다. 3년 전 SK AX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카카오톡이 멈춘 것과 같은 일이 관리·감독 기관인 정부에서 그대로 벌어진 것이다.
서비스 이원화란 동일한 IT 서비스 시스템(소프트웨어+하드웨어)을 두 군데 이상의 데이터센터에 나눠 구축해 하나의 데이터센터에서 문제가 일어나도 다른 데이터센터를 통해 정상적으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이번 화재는 26일 오후 8시 20분께 대전 유성구 화암동 소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본원 5층 전산실에서 발생했다. 배터리 이전 계획을 앞두고 사전 작업으로 배터리 전원을 잠시 내리자 내부에 리튬이온 배터리팩 192개 중 일부가 폭발해 경상자 1명이 발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배터리 화재를 대비해 한 곳에 모여있던 배터리를 나눠 배치하는 'UPS 배터리 이중화' 작업 도중 화재가 발생했다. 91명의 소방관과 장비 31대가 출동해 화재 발생 후 9시간 50분 만인 이날 오전 6시 30분께 큰 불길을 잡았다. 현재는 배터리에서 추가적인 화재가 일어나지 않도록 연기를 빼고 추가 진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정부는 당초 화재 등으로 인해 정부 인터넷 서비스가 마비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올해 초 클라우드 재난복구(DR) 시스템 구축을 위한 세부 방안을 수립하고, 내년부터 상세 컨설팅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었다. 대전본원에 집중된 정부 인터넷 서비스 거점을 광주·대구센터와 신축 중인 공주센터 등으로 이원화하는 게 골자다. 하지만 정부 서비스가 민간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게 타당한지 등에 대한 반대 의견이 나오면서 서비스 이원화는 차일피일 미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이번 화재로 인해 정부 서비스가 마비되면서 피해를 입은 국민들에 대한 보상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2022년 10월 카카오는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카카오톡과 유관 서비스가 마비되자 대표가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하고, 이용자들이 피해를 입은 것을 보상하는 의미로 △무료 이모티콘 지급 △피해 기업에 3만~5만원 지급 △약 275억 규모 피해 보상 집행 △추가 데이터센터 건립 및 서비스 이중화 가속 등의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해 행정안전부를 포함해 정부가 어떤 형태로 대국민 보상 체계를 마련해서 집행할지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진 것처럼 정부도 동일한 강도로 책임을 질 필요성이 있다"며 "대국민 행정 서비스가 마비된 것에 대한 최고 책임자의 진솔한 사과와 보상, 재발 방지책 등을 조속히 발표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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