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 외교 노선을 주장하는 '동맹파'를 "대통령이 앞으로 나갈 수 없도록 붙드는 세력"이라고 비판하며 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인적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26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 세미나에 자문위원으로 참석해 "이른바 동맹파들이 너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전 장관은 "미국이 싫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대통령 주변에 있다. 이렇게 되면 '문재인 정부 시즌2'가 된다"며 세미나에 참석한 민주당 지도부 등을 향해 "대통령 측근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에서는 대통령 주변에 소위 동맹 자주파가 있으면 앞으로 나가고 동맹파가 지근 거리에 있으면 아무것도 못 했다. 지금 그렇게 돼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전 장관의 이날 발언은 외교관 출신으로 평소 한미 동맹을 강조해 온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장관은 남북 관계를 중심으로 외교·안보 노선을 설정하고자 하는 '자주파'의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자주파에는 이종석 국정원장,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내기 위한 선결 조건으로 북핵 동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이 대통령이 지난 23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제시한 '엔드(END) 이니셔티브'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참모들이 (북핵) 동결의 조건이라든가 방법론에 대해 얘기할 수 있도록 지혜를 만들어 줘야 하는데 그건 안 하고 무슨 'END'라는 멋있는 글자를 만들었다"며 "비핵화 얘기를 왜 넣느냐. 대통령 끝장낼 일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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