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젊은층 주택구매 늘지만..."소득 2배, 집값 3배" 격차 심화

  • 하노이·호찌민 아파트값 2019년 대비 최대 87% 급등

  • 내 집 마련 기간 80년까지 늘어

상공에서 바라본 베트남 호찌민시 전경 사진Freepik
상공에서 바라본 베트남 호찌민시 전경 [사진=Freepik]

베트남에서 젊은 세대들이 내 집 마련을 실천하고 있지만 치솟는 집값으로 인해 오히려 자가 보유는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현지시각) 베트남 매체 청년신문, 디인베스터 등에 따르면 베트남 부동산중개인협회 산하 부동산시장연구소(VARS IRE) 조사에서 올해 2분기 기준 하노이, 다낭, 호찌민시의 아파트 가격은 2019년 대비 각각 87.7%, 69.8%, 48.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평균 분양가는 하노이시가 ㎡당 7550만 동(약 400만원), 다낭시는 6640만 동(약 352만원), 호찌민시 7710만 동(약 408만원)에 달한다. 이미 높은 수준의 주택 가격이 계속 치솟고 있는 반면, 소득 증가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해 고소득층조차 집을 사기 위한 자금 마련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실정이다.

◆ 소득 증가율 6.4% vs 집값 상승률 11.7%

하노이의 경우 2014년부터 2025년 중반까지 1인당 월평균 소득은 411만 동(약 21만원)에서 830만동(약 83만원)으로 증가해 연평균 6.4%의 증가율을 보였다. 그 중에서도 아파트 가격은 ㎡당 2500만동(약 130만원)에서 7550만동(약 400만원)으로 연평균 11.7% 상승했다.

2014년 수준의 소득과 집값이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평균 소득 가정이 모든 소득을 저축해도 평균적으로 70㎡(약 21평)에 17.5억 동(약 9200만원)정도하는 2베드룸 아파트를 구매하려면 대략 18년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이는 소득의 3분의 1만 주택에 지출한다는 일반적 기준을 적용할 때 기간은 세 배로 늘어난다. 2025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같은 아파트가 53억 동(약 2억8000만원) 수준으로 나타나 평균 소득 수준으로는 100% 저축 시 약 27년, 소득의 3분의 1만 저축할 경우 약 80년이 걸리는 셈이다.

일반 시민들은 물론, 베트남에서 은행업처럼 고소득 업종에 종사하더라도 월급 대비 집값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2014년 은행업계 최고 급여는 월 2250만 동(약 118만원)이었으나, 2025년에는 5544만 동(약 290만원)으로 10년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주요 도시의 아파트 가격은 같은 기간 세 배 이상 상승했다. 현재 부부가 모두 은행업에 종사하고 전액 저축한다는 전제하에 주택을 구입하려면 약 3.5년이 걸린다. 하지만 소득의 3분의 1만 써도 10년 가까이 걸리고, 실제로는 집값이 소득보다 더 빨리 올라 때문에 이보다 더 긴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베트남 공무원이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하려면 약 26년간 꾸준히 일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 젊은층 주택구매 비중은 오히려 증가

높은 주택 가격에도 불구하고 2019년 이후 젊은 세대의 주택 시장 참여율, 즉 아파트를 구매하는 비중은 이전 세대보다 증가하는 추세다. 베트남 시장조사평가원(VARs IRE) 자료에 따르면 25~35세 연령층의 매수 비율이 증가해 평균적으로 전체 거래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70%에 달하기도 한다. 이런 증가 배경에는 '베이비 붐' 시기라는 베트남의 인구 구조가 있다.

베트남은 현재 35세 이하 인구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주거와 투자에 대한 수요가 높다. 또한 전자상거래, 디지털 콘텐츠 제작, 암호화폐 투자 등 신경제 모델과 기술 산업의 성장 덕분에 젊은 세대는 더 빠르게 자산을 축적할 기회를 얻고 있다. 부모나 조부모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는 젊은이들도 많아 내 집 마련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도 주요 요인이다.

여기에 주택 가격이 시간이 지나면 오를 것이라는 기대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신용 대출 등을 통해 내 집 마련에 활용하는 것도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일부 젊은이들은 △무이자 기간 △원금 상환 유예 △개발사가 제공하는 유연한 분할 납부 방식 △생애 첫 주택 구매를 위한 대출 등을 활용해 큰 여유자금 없이도 자가 보유를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이다.

VARs IRE는 "젊은 세대의 주택 소유 증가가 주거 선호의 변화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부모 세대처럼 오랜 기간 저축해 중심지의 토지나 단독주택을 사려는 경향보다는 오히려 교외의 인프라가 잘 갖춰진 지역에서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고 커뮤니티 시설이 잘 갖춰진 아파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젊은층의 주택 구매율 상승은 전체 수요 중 일부일 뿐이며,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여전히 소득 증가가 주택 가격 상승을 따라가지 못해 큰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 장기적인 부채 부담과 생활비 상승으로 인해 다수는 주택 구입보다 임대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VARs IRE 관계자는 "임대 주택 등 저렴한 주택의 대규모 공급과 주택 가격을 비합리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억제할 수 있는 종합적인 정책이 없다면 대부분의 젊은이들에게 내 집 마련은 여전히 요원한 꿈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