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트럼프의 바그람 기지 반환 요구 거부…"영토 1인치도 양도 불가"

  • 탈레반 정권 대변인, 美에 "아프간 영토 보전 약속 상기해야"

2002년 1월 15일 미군 병사들이 바그람 공군기지 활주로에서 유엔 항공기를 향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2002년 1월 15일 미군 병사들이 바그람 공군기지 활주로에서 유엔 항공기를 향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이 자국 내 바그람 공군기지를 미국에 돌려줘야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구를 일축했다.

22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정책을 채택하라"며 반발했다. 그는 소셜미디어(SNS) 엑스(옛 트위터)에 "아프가니스탄은 경제 중심의 외교 정책을 펴고 있으며 상호·공유 이익에 기반해 모든 국가와 건설적인 관계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양자 협상에서 미국 측에 아프가니스탄의 독립과 영토 보전이 최우선 과제임을 일관되게 전달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도하 합의에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의 영토 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을 침해하거나 무력 사용 또는 위협을 하지 않으며, 내부 문제에 간섭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리 파시후딘 참모총장도 전날 현지 언론을 통해 방송된 연설에서 "우리 땅의 1인치도 누구에게 넘겨주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이 바그람 공군기지를 미국에 반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전날 자신 소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만약 아프간이 바그람 공군기지를, 그것을 건설한 미국에 돌려주지 않는다면 나쁜 일들이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지난 18일 미·영 정상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우리는 아프간으로부터 바그람 공군기지를 반환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바그람) 기지를 원하는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이 핵무기를 만드는 곳에서 1시간 떨어진 곳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바그람 기지는 수도 카불에서 북쪽으로 40~50㎞ 떨어진 곳에 위치하며,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군의 아프간 전쟁에서 핵심 거점으로 활용됐다. 미국은 알카에다와 이를 비호한 탈레반 정권을 축출한 뒤 20년 가까이 주둔했지만, 2021년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 철군 과정에서 9조 원이 넘는 무기를 현지에 남기고 철수했다.

미군 철수 직후 탈레반은 재집권했으며, 현재까지 강경 이슬람 원리주의 체제를 유지하며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하고 있다. 지난해 탈레반은 미군 철수 3주년을 맞아 바그람 기지에서 미군이 남긴 장비로 군사 퍼레이드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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