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국발 관세 등 글로벌 불확실성 파고를 넘기 위한 한·일 간 경제 연대의 필요성을 재강조했다. 양국이 힘을 모으면 세계 4위 경제권을 이룰 수 있어 발언권이 강화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최 회장은 22일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은 1965년 국교 정상화 후 무역을 크게 늘려왔지만 앞으로는 무역만으로 경제성장을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며 국내총생산(GDP) 기준 각각 세계 10위와 5위인 한국, 일본을 '단일 경제권'으로 묶어 새로운 거대 시장을 형성하자고 제안했다.
최근 이재명 정부 차원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최 회장은 자유무역 1단계에 해당하는 CPTPP와 2단계인 자유무역협정(FTA)을 넘어 5단계인 완전 경제 통합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최 회장은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시너지가 큰 분야로 제시하며 SK그룹의 한·일 경제 협력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SK그룹은 일본 최대 통신사인 NTT와 반도체 기술 개발 논의를 하고 있다"며 '아이온 프로젝트'를 통한 새 반도체 기술 개발 추진을 공개했다. 아이온은 SK텔레콤과 NTT, 소니, 인텔 등이 참여하는 차세대 통신 네트워크로 통신 데이터를 전기 대신 빛을 활용해 지연 없이 빠르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게 목표다. 일본 정부는 관련 기술 개발에 450억엔(약 42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와 도쿄일렉트론, 키옥시아 등의 협력 가능성도 시사했다. 키옥시아는 지난 2018년 도시바 낸드 플래시 사업부가 독립해 출범한 세계 3위 규모의 반도체 기업이다. SK하이닉스는 4조원가량을 투자해 키옥시아 지분 14%를 확보했다. 지난해 12월 기업공개 후 주가가 지속 상승해 현재 지분가치는 5조원을 넘는다.
SK그룹은 해당 투자로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WD) 간 합병을 막으면서 낸드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는 일거양득 효과를 거뒀다. SK하이닉스와 키옥시아는 적층형 낸드 등 차세대 저장장치 공동 개발 등을 추진할 전망이다.
최 회장은 "AI 데이터센터 증설과 맞물려 HBM 등 AI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AI가 인간의 지시와 질문에 논리적으로 답하는 현재 단계를 넘어 향후 인간 개입 없이 스스로 과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트' 수준으로 진화하면 반도체 수요는 더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10월 말 경북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CEO 서밋' 의장 자격으로 참가하는 최 회장은 이번 APEC 회의가 한·일 기업인 간에 미래 협력을 논의하는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는 뜻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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