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H투자증권이 ‘증권담보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를 내놓는다. 리테일 강화를 강조해온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가 던진 승부수다.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는 앞서 한화투자증권이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이 시장에 대형 증권사가 가세하면서 업계 전반에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증권 담보대출 대환대출’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신청해 금융위원회에서 인가를 받았다. 앞으로 시스템 등 개발을 통해 증권담보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해당 서비스는 고객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보유한 주식이나 금융상품을 팔거나 기존 대출을 상환하지 않고도 타 증권사로 옮길 수 있도록 해 고객 편의성을 높인다.
이 같은 움직임은 NH투자증권의 리테일 부문 강화 전략과 맞닿아 있다. 윤병운 대표는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리테일 사업을 회사 성장의 핵심 축으로 강조해왔다. 윤 대표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리테일혁신추진부’를 신설했으며 올 초에는 전 임원과 부·센터장을 대상으로 한 행사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리테일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한 사업부문 간 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기조 아래 NH투자증권은 최근 미국 주식 거래 수수료 무료 이벤트, 패밀리오피스 고객 우대 서비스 등을 통해 리테일 경쟁력 강화에 공을 들였다. 이번 증권 담보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또한 윤 사장이 강조한 리테일 강화 기조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고객으로서는 금리 인하 경쟁이 본격화하면 선택권이 넓어지고 금융비용 부담도 줄어드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증권사들은 대출 금리 인하 압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갈아타기가 활성화되면 고객이 유리한 조건을 찾아 타 증권사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증권사들은 대출 금리를 낮추거나 조건을 개선해야 떠나는 고객을 잡을 수 있다.
앞서 한화투자증권이 먼저 관련 서비스에 대해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은 바 있으며 올해 5월부터 주식 담보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를 시작했다. 출시 이후 꾸준히 고객을 유치하면서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이 준비 중인 서비스는 한화투자증권 모델보다 범위가 더 넓다. 단순히 주식 담보대출 갈아타기에 그치지 않고 펀드 등 금융상품 갈아타기 기능이 추가된다. 고객들은 주식뿐 아니라 금융상품 전체 대출 금리를 비교하고 이전할 수 있게 된다.
앞서 한화투자증권이 서비스를 개시할 당시에도 업계에서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왔는데 자기자본 기준 업계 3위 대형사인 NH투자증권이 같은 서비스를 내놓으면 파급력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과거 키움증권이 온라인 주식 거래 수수료를 대폭 낮추면서 촉발된 수수료 인하 경쟁처럼 이번에도 ‘담보 대출 금리 인하 전쟁’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은 대형사로서 브랜드 파워와 고객 기반이 이미 탄탄한 만큼 서비스 출시 이후 시장 파급력이 클 것”이라며 “다른 증권사들도 고객 유출을 막기 위해 대응책 마련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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