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중립금리 결정 시 '금융안정' 목표를 반드시 고려해 다른 나라보다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집값 과열 양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의 10월 금리 인하 기대가 한층 커진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 주목된다. 중립금리를 보다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경우 금리 인하 기대를 낮추는 시그널로 읽힐 수 있다.
이 총재는 1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미셸 캉드쉬 중앙은행 강연' 이후 크리스티나 게오르게바 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대담에서 "한국은 금융시스템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금융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더욱 집중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립금리란 각국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참고로 하는 준거 금리로,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잠재성장률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이론적 금리 수준을 의미한다. 기준금리가 중립금리보다 높을 경우 금리 차이만큼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고 반대로 낮을 경우 인상 기대가 높아지게 된다.
이 총재는 "비은행 금융 부문이 한국 금융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며 급속히 성장하고 있어 금융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그는 "2015년부터 누적된 건설·부동산 부문 레버리지 증가에 대응해 금리를 빠르게 인상했는데 당시 부동산 대출의 상당 부분은 비은행 금융기관에서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에서 보듯 비은행 금융기관은 예금자 보호 범위를 넘어선 자금을 보유할 수 있어 대규모 뱅크런 위험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이 자리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관련한 부정적인 견해도 밝혔다. 그는 "여러 정치인이 달러 표시 스테이블코인의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저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면 통화 단일성과 안정성 유지에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며 "한국은 아직 완전한 자본 이동 자유화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제약과 규제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원화 표시 스테이블코인이 허용될 경우 국내 자본이 해외 예금으로 빠져나가 사실상 자본 자유화 효과가 발생할 수 있어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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