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강경해진 美 이민 정책, 韓 맞춤형 전용 비자 필요

이원구 프라임이민법인 대표미국 변호사
이원구 프라임이민법인 대표(미국 변호사)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이행을 약속한 가운데 최근 조지아주에 위치한 한국 기업 공장에서 진행된 합동 이민 단속과정에서 다수의 한국인 출장자들이 비자 문제로 체포 및 구금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사태는 미국 현지 공장의 생산성 확보와 품질 관리를 위해 숙련된 전문가를 파견하고,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하려는 한국 기업들의 사업 전략에 중대한 차질을 초래했다.
 
그동안 있었던 입국 불허 또는 비자 거절을 넘어선 이번 현장 단속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시행되고 있는 강경한 이민 정책 속에서 출장 인력에 대한 명확하고 일관된 비자 정책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통상적으로 미국 출장 시에는 간편한 절차와 신속한 승인 덕분에 최대 90일간 체류할 수 있는 ESTA(전자여행허가제)를 널리 활용해 왔다. ESTA는 회의 참석, 미팅, 계약 협의 등 비상업적 비즈니스 활동 목적으로 단기간 체류에 적합한 제도여서 많은 기업들이 단기 출장에 사용했다. 그러나 일부 출장자들이 ESTA의 원래 취지와 달리 한번 입국 후 장기 체류하거나 단기간 내 반복적으로 입국하는 이른바 ‘쪼개기 방문’ 방식으로 현장 업무를 처리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미국 정부가 이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다.
 
출장 및 주재원 파견 같은 목적에는 통상적으로 B1/B2, H1B, L1, E2 등의 비자가 필요하다. 다만 이러한 비자들은 신청 절차가 까다롭고 비자 발급수 제한 등의 제약이 있다. B1/B2의 경우 발급에 통상 몇주 이상 소요되고 B1/B2 비자로는 미국 내에서 임금이나 대가를 받는 활동이 금지되며 현장에서 직접적인 업무 수행 또는 현지 채용 인력과 유사한 업무를 하는 것은 이민법 위반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출장자의 업무가 비자의 허용 범위를 초과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관련 이슈가 지속적으로 발생해왔다. H1B 비자는 연간 발급 수(쿼터)에 제한이 있어 모든 신청자가 비자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주재원 비자(L1, E2)의 경우 비자 신청자의 자격에 대한 심사와 서류 조건이 까다로워 준비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이러한 과정은 자원과 네트워크가 부족한 소규모 협력사에게는 더욱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호주의 E-3 비자나 싱가포르의 H-1B1 비자 같이 미국 정부가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운영 중인 전용 취업제도를 한국에도 적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들 두 국가의 선례를 참고해 한국에 특화된 전용 비자 유형인 ‘코리안 테크니컬 비자(Korean Technical Visa·가칭)’를 신설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공장 건설, 설비 설치 등 기술 지원 업무 시 현장 참여에 대해 한시적 허용, 비자 신청 시 대사관을 통한 업무 사전 승인 프로세스 도입, 출장 상황 변동에 따른 사전 신고 및 승인을 통해 업무 범위 확대 가능 등 실제 출장 현장의 상황을 반영한 비자 운용 방안을 미국 측에 제안할 필요가 있다. 협상 과정에서 조선, 바이오, 반도체 등 미국이 필요로 하는 핵심 산업군을 우선 대상 산업으로 지정하고 관련 비자 자격 요건을 명확히 하며 신청 절차의 간소화 및 심사 기간의 단축 등을 포함한 개선 방안을 시범적으로 도입한 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 요구된다.

이 제도를 통해 양국간 경제 협력의 실질적 확대를 위한 전문 인력의 원활한 이동이 가능하게 돼 한·미 동맹의 전략적 가치를 인적 교류 차원에서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도 비공식적인 비자 사용을 감소시키는 효과도 예상된다.
 
비자 발급 및 이민 정책은 미국의 주권 사항으로, 단기간 내 변화가 어려울 수 있으며 현실적인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 기업들이 비자 문제로 현지 사업에 차질을 겪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현실적인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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