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은폐 의혹을 수사 중인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사건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이종섭 전 장관을 처음으로 불러 조사했다. 지난 7월 2일 수사 개시 이후 77일 만이다.
이 전 장관은 17일 오전 9시 57분 서울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며 “오늘부터 시작되는 특검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여러 차례 입장과 사실관계를 밝혀왔고, 바뀐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출국금지 해제 요청서 작성 의혹에 대해선 “어이없는 얘기”라며 반박했다. 현장에는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들이 모여 “구속하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 전 장관은 이날 ‘호주 도피성 출국’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범인도피죄는 제3자가 도운 경우에만 성립해 당사자인 그는 참고인으로 분류됐다. 특검은 주호주대사 임명부터 출국, 귀국, 사임까지 일련의 과정을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그는 2023년 7월 채상병 사망 당시 국방 수장이었으며, 윤석열 전 대통령과 통화 직후 해병대 수사단 초동조사 결재를 번복해 ‘VIP 격노설’의 핵심 인물로 지목돼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대상에 올랐고 출국금지 조치도 내려졌지만, 작년 3월 4일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뒤 나흘 만에 출국금지가 해제돼 호주로 떠났다. 여론이 악화하자 11일 만에 귀국해 대사직에서 물러났다.
특검은 이 전 장관을 오는 23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다시 소환할 예정이다. 최소 세 차례 이상의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전 장관은 지난 7월 특검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VIP 격노’ 회의 직후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시인했다. 발신 번호가 대통령실 직통 번호임이 확인되면서 외압 의혹의 실체가 드러난 셈이다.
특검은 앞서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을 세 차례 불러 수사 기록 이첩 보류와 회수 과정에 대통령실이 개입했는지를 추궁했다. 이 전 장관 조사 역시 같은 연장선상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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