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하고 강력한 대러(對露) 제재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러·우 전쟁 종식을 추진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대러 제재에 한계를 느낀 가운데 그 부담을 나토 등 우방국에 전가하려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자신 소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서 “모든 나토 회원국이 러시아 제재에 동의하고 실행에 나서며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멈출 때 미국도 강력한 제재를 단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나토의 승리 의지는 100%에 한참 못 미쳤고, 일부 국가가 여전히 러시아산 원유를 사들이는 것은 충격적”이라며 “이는 러시아를 상대로 한 협상 지위와 협상력을 크게 약화시킨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나토가 러시아 원유 구매를 중단하고 러·우 전쟁 종식 때까지 중국에 50~100% 수준의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이른바 '2차 관세'로 제재 대상국과 교역을 하는 국가들에도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의미한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친분을 과시하며 집권 전부터 러·우 전쟁 종식을 자신해 왔다. 하지만 지속적인 종전 노력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줄곧 미온적 반응을 보여 온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 역시 러시아에 대한 압박 기조로 선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푸틴 대통령을 향해 “인내심이 빠르게 바닥나고 있다”며 푸틴을 압박할 방안으로 “은행 제재, 석유 관련 조처 그리고 관세 등으로 매우 강하게 압박하는 것”을 언급하며 고강도 제재 카드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연이은 압박에도 좀처럼 종전 협상에 응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트럼프 대통령 역시 곤경에 처한 모습이다.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우 전쟁 종식과 관련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움직일 수 있을지 회의감을 갖기 시작했다고 소식통들을 인용해 1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측근들에게 푸틴 대통령의 평화 의지가 자신이 예상보다 훨씬 낮았다며 “판단 착오였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의 대러 제재 동참을 촉구한 것을 두고 자신이 공약했던 러·우 전쟁 종전에서 발을 빼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가브리엘류스 란츠베르기스 전 리투아니아 외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출구를 찾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러시아의 드론이 우크라이나를 넘어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영공까지 침범한 일이 발생한 가운데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러시아 드론의 폴란드 침범에 대해 "용납할 수 없으며 불행하고 위험한 전개"라고 비판했다.
이에 유럽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연말 발표 예정인 지침에서 러시아 및 적대국 국민에 대한 비자 발급을 더 엄격히 제한하라고 회원국에 권고할 방침이다. 아울러 EU는 1500억 유로(약 245조원) 규모의 무기 공동구매 프로그램 ‘세이프(SAFE·Security Action For Europe)’를 내년 초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이에 한국 정부도 해당 프로그램 참여를 위한 공식 의향서를 제출하고 방산 협력을 적극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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