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렁탕부터 치킨·소주까지…전통이 살아 숨쉬는 'K-푸드 가이드'

  • [신간] 역사·문화로 즐기는 미식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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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미각 [이미지=문학동네]
‘종로미각’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대한민국 맛집 1번지라 할 수 있는 종로 부근에서 오래 사랑받아 온 K-푸드의 역사를 톺아보는 책이다. 신문물이 모던걸, 모던보이를 사로잡은 명동부터 먹고살기 위해 노동자들이 분투한 동대문시장 일대, 고관대작을 피해 백성들이 이용한 피맛골, 한국 실내스포츠의 성지 장충체육관 등 사대문 안은 우리 근현대사의 중심지였다. 사람이 많이 모여드는 곳에서 자연스럽게 허기진 몸과 마음을 채워줄 음식도 발전한다.
 
이문설농탕, 한일관, 열차집 등 50년 이상 전통을 이어가는 노포 맛집부터 족발, 낙지볶음, 삼계탕, 돈가스, 치킨 등 전국에서 사랑받는 메뉴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음식이 종로에서 탄생했다. ‘맛잘알’ 인문학자 열네 사람이 사대문 안 곳곳을 누비며 근대부터 현대까지 사랑받아 온 다양한 음식에 얽힌 역사와 문화 이야기를 풀어간다.
 
매년 1월 1일이면 종로 보신각에서 새해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신분이 높건 낮건, 돈이 많건 적건 간에 그 종소리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가닿는다. 종로 일대에서 탄생해 오랫동안 대중에게 사랑받아 온 음식도 그렇다. 어느 작은 식당에서 시작된 음식이 전 국민에게, 그리고 이제는 전 세계인에게 뻗어나가 사랑받고 있다. 설렁탕, 치킨, 닭한마리칼국수, 선지해장국, 떡볶이, 약과, 막걸리, 소주 등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K-푸드가 늘어나고 있다. 메뉴 이름만 들어도 침이 고이는 K-푸드를 둘러싼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가, 그 맛은 익숙할지 몰라도 그 내력은 낯설었던 이야기가 맛깔나게 펼쳐진다.
 
종로 네거리에 육의전이 설치된 후, 상인과 손님이 구름같이 몰린다고 해서 이곳은 운종가(雲從街)라고 불렸다. 종로는 그야말로 자타공인 정치 경제의 중심지였다. 세월이 흐른 오늘날까지도 관광, 쇼핑, 맛집 탐방 등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은 종로를 찾는다. ‘종로미각’에서는 보신각을 중심으로 하는 옛 서울의 중심지를 종로라고 통칭해 이곳의 이야기를 전한다.
 
종로에는 ‘원조’ 맛집과 ‘맛집의 옆집’이 모여 단일 메뉴로 골목을 점령하는 일이 빈번했다. 서민을 대상으로 한 맛집이 모인 피맛골을 비롯해서 장충동 족발 골목, 무교동 낙지 골목, 동대문 닭한마리칼국수 골목, 신당동 즉석떡볶이 골목 등 이름만 들어도 군침 도는 골목이 여럿이다. 각 골목을 대표하는 메뉴명만 들어도 자연스럽게 음식의 비주얼이 떠오르고 입안에 침이 고인다.

종로 곳곳에 자리잡은 다양한 먹자골목은 마치 세이렌처럼 냄새와 비주얼로 골목을 찾은 사람들을 끊임없이 유혹한다. ‘종로미각’에서는 이들 먹자골목의 터줏대감이 어떤 배경에서 등장했는지를 짚은 뒤, 시대 흐름 속에서 어떻게 성장해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았는 지를 분석한다.
 
전통음식만 소개하는 것은 아니다. 치킨, 소주 등 K-푸드를 대표하는 음식들에 대한 역사도 자세하게 서술돼 있다.
 
치킨은 분단이 가져다준 음식이다. 미 군정기와 한국전쟁 이후 미군 부대가 한국에 주둔하면서 그곳에서 먹던 튀긴 닭요리가 한국인에게 전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식용유 수급이 원활하지 않았기에 민간에서는 튀긴 닭보다 구운 닭을 주로 먹었다. 한국식 치킨은 1990년 대부터 해외에서 주목하기 시작한 K-컬처의 탄생을 예고하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KFC의 ‘K’는 이제 켄터키의 ‘K’가 아닌 코리아 ‘KOREA’의 K일지도 모른다.
 
어떤 날은 달고, 어떤 날은 쓰다. 현대식 공법으로 만드는 소주의 성분이야 늘 같을 테니, 그 맛이 날마다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소주 맛은 사람이나 분위기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이다. 어렵고 힘든 날은 쓰다 못해 매운맛이 감돈다. 즐겁고 뿌듯한 날은 달다 못해 물처럼 맑다. 그렇게 삼킨 소주는 목을 타고 들어가 때로는 우리를 위로하고, 때로는 우리를 나무라고, 때로는 우리를 흥분하게 한다
 
이제 소주는 하나의 문화이자 예술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정서와 삶을 대변하는 중요한 상징이다. 진로는 이러한 소주의 본질을 잘 담아내면서 그 역사를 통해 서민의 삶과 함께해왔다. 소주는 단순히 마시는 술이 아니라 삶의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체로서, 우리에게 많은 이야기를 전해준다.
 
“음식의 역사는 사람의 서사다. 사람은 음식과 강한 관계를 형성한다. 음식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힘입어 그 긴 시간을 버티고, 사람들은 자신이 먹는 음식을 정체성의 일부로 여기며 삶을 버틴다. 이 책에서는 종로를 중심으로 사대문 안 사람들이 즐긴 음식 이야기를 전한다. 경성의 문물이 흥성했던 명동, 노동자들의 땀이 스민 동대문시장 등을 거닐며 서울 역사의 뒷이야기, 옛 서울의 문화와 생활사를 미각을 자극하는 다채로운 맛으로 풀었다. 시기는 근대에 초점을 맞추되 이전 시대 역사와 문화가 존재하는 경우는 그 근원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함께 제시했다. 종로의 음식 맛만큼이나 인문 맛에 푹 빠져보길 바란다.” (서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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