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구금 후폭풍] 인력 공백 장기화 땐 기업 생산 로드맵 흔들...산업계 "천문학적 피해 우려"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과 사진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과 사진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이민당국의 한국 기업 직원 구금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국내 산업계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비자 문제로 추가 인력 파견에 차질을 빚을 경우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등 대미 투자 사업이 초기 단계부터 삐걱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은 현지 인력 채용을 종용하지만 설비·생산 분야에 정통한 엔지니어를 구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입장이다. 특히 반도체·이차전지 등은 수율 확보가 필수적인데 이번 사태로 공백도 커졌다. 천문학적 금액을 쏟아 붓고도 근로자 안전은 물론 기업 미래까지 볼모로 잡혔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산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 다수 기업이 이번 사태로 미국 출장을 전면 중단하면서 사태의 파장은 장기간 광범위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기업 관계자는 "구금된 근로자가 석방돼도 향후 미국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게 됐다"며 "미국 출입국 절차가 더 까다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여 사업 차질은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천재지변 같은 돌발 변수로 현장은 아수라장"이라며 "근로자들이 안전하게 귀국해야 그 다음을 논의해볼 수 있지 않겠냐"고 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텍사스에서 370억 달러(약 46조원)를 투자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는 중이고,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 달러(약 5조원)를 투입해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징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은 내년 말 가동을 목표로 설비 반입을 진행 중인데 인력 파견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테슬라 차세대 AI6 칩 생산 일정도 미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대차그룹도 미국 조지아주 공장 증설을 통해 연내 120만대 생산 체계 구축을 할 예정이었지만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루이지애나주 전기로 제철소 건설과 연 3만대 이상 AI 로봇 양산 등 각종 중장기 계획 역시 한국인 인력 수급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지연이 예상된다. 
 
단순한 공기 지연을 넘어 미국 내 투자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미국 내 투자를 넘어 현지 인력 고용을 압박하는 수단이라면 유지비,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이 2배 이상 치솟을 것"이라 지적했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파운드리 공장 3곳을 짓고 있는 대만 TSMC도 전문 인력 수급에 난항을 겪고 있다. A16(1.6나노) 공정 등 최첨단 칩의 수율을 올리는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비자 문제로 일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가동 예정이었던 1공장은 올 상반기로, 2공장과 3공장은 2026년 가동에서 2028년으로 연기됐다. 고용 문제로 TSMC의 미국 내 제조 비용이 대만에 비해 50% 이상 비싸지고, 애리조나 공장 3곳을 다 합쳐도 생산성이 전체 미국 칩 수요의 7%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기업들은 최악의 경우 국내 근로자와 기업 간 소송전 발생도 걱정한다. 현행 미국 이민법에 따라 한국인 근로자들이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더라도 경우에 따라 3년간 미국 재입국이 불허될 수 있다. 강제추방은 개별 신분에 따라 5~10년 미국 입국이 금지된다. 근로자들이 회사나 원청업체를 상대로 미국 입국 금지에 따른 피해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산업계 관계자는 "근로자들이 피해 구제를 요구한다면 기업이 대응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며 "최초 사례인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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