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러(거울) 위를 걸으며, 미러 안에서 또는 미러를 통해서 각자의 정체성을 되돌아보길 기대해요.”
세계적인 작가 김수자는 지난 2일 서울 삼청동 선혜원(鮮慧院)에서 열린 ‘선혜원 아트 프로젝트 1.0’ 김수자 '호흡 선혜원' 기자간담회에서 이처럼 말했다.
이번 전시는 김수자가 10년 만에 여는 서울 전시이자, 그의 작품이 한국 전통 한옥 건물에 최초로 설치되는 프로젝트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전통 한옥 전각인 경흑각의 바닥을 거울로 채웠다.
김수자는 이번 작품은 “보따리의 건축적 해석이다”라고 설명했다. “건축물, 미러 바닥설치 등을 하나의 보따리로 봤어요. 또 다른 형태의 보따리, 관객이 인터랙티브하는 보따리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그는 “경흥각의 문을 여는 순간 두말할 것 없이 미러 작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제 오랜 작업에서의 한옥 구조, 한국의 가구나 한글의 구조 등의 맥락이 이 공간에 살아있다고 생각해요. 그것을 다시 풀고 랩핑하는(싸매는) 작업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관객 본인이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퍼포머로서 자연스럽게 이 공간에서 개개인의 내러티브를 볼 수 있을 거예요."

이번 전시에서는 ‘호흡 선혜원’을 비롯해 달항아리를 모티브로 한 ‘연역적 오브제-보따리’(2023), ‘보따리’(2022) 등을 볼 수 있다. 김수자는 “세 작업이 모두 보따리다”라고 강조했다. “우리의 몸, 보따리로부터 파생되고 발전해 온 다른 방향의 작업들이 공존한다고 보면 되겠네요. ‘보따리’에 주로 헌 옷을 넣긴 하지만, 사실 제가 싼 것은 기억이죠. 몸의 기억요. 옷을 입은 개개인의 삶의 기억, 시간의 기억, 공간의 기억요. 상징적으로 옷으로 싸지만 비물질을 싸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한편, 선혜원은 1968년 SK그룹 창업주 자택에서 출발해 인재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었으며, 2025년 4월 그룹의 기업 연구소이자 컨벤션 공간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SK는 선혜원의 역사성을 매년 대중에게 공개하기 위해 ‘선혜원 아트프로젝트’를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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