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상법 개정안이 줄줄이 국회를 통과하며 기업들의 불안감이 다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국내 기업들만이 아니다. 지난해 8월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 투자한 외국 기업 55%가 노란봉투법 시행이 기업 경영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응답한 바 있고,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응답은 20%에 불과했다.
실제 경영 활동이 얼마나 위축되고 기업 투자 활동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현재 상태에서 알 수 없으나 기업들의 위기감이 다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아울러 상법 개정안으로 인해 경영권 관련 분쟁 우려와 기업 의사 결정 과정에서 각종 리스크가 증대됨에 따라 기업들은 새로운 경영 환경에 직면하게 됐다.
이러한 우려를 표명하는 기업들과 해당 법 개정안에 대한 근로자 및 소액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의 이해관계상 이번 법 개정안 통과가 향후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릴 수밖에 없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현장에서 발생하게 되는 많은 환경 변화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으나 분명 다양한 형태로 기업과 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현재 기업들은 새로운 경영 환경에 놓이게 됐다. 기업들은 새로운 경영 환경으로 인한 경영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기존의 기업 경영 관행들을 되돌아보고, 변화된 환경에 부합하는 경영체제 및 관리의 개선이 시급한 과제가 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경제주체로서 기업의 역할이 국가 전체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법 개정안이 정착되면서도 기업의 경영 활동이 위축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정부에서는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현장에서 일어날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 노사 간 법적 분쟁 가능성이 커질 것에 대비해 노사가 합리적이고 공정한 환경에서 서로 교섭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법 해석상 명확성과 합리성을 높이는 보완 입법은 필수적이라고 판단된다. 사실상 가장 위협을 느끼는 것은 중소기업이다. 노사 간 분쟁으로 생산 활동이 위축되면 협력 관계에 있는 중소기업들에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중소기업들을 위한 대책이 중요한 이유다.
현재 기업이 처한 국내외적 경영 환경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강력한 관세 정책, 이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 유럽 등 주요 경제권역의 침체 가속 등 글로벌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소비심리, 이로 인한 주요 산업의 생산 및 투자 축소 그리고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하여 기업들은 세계시장에서 무한 경쟁 상황에 놓여 있고, 더 나아가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이러한 때일수록 정부 경제정책이 매우 중요하다. 거시 경제의 안정을 도모하는 적극적인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동시에 기업들이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고,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저하되지 않도록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하는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정책 추진이 필요한 때다.
이렇게 볼 때 개정안 시행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현안들과 사각지대에 놓인 기업들, 법 시행으로 시장, 더 나아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세심한 정부의 정책이 필요하다. 근로자 등 사회적 약자의 권리 보호와 근로 환경의 개선 그리고 이해관계자들의 기업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한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소액주주의 보호는 우리 경제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정착되어야 할 과제라는 점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견을 가질 수 없다.
그러나 국내외 여러 난제에 직면한 우리 경제가 이를 극복하고, 성장 잠재력을 높이도록 하는 것이 우선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법 개정안 시행에 앞서 적극적인 의견 수렴과 지원·보완책 마련에 나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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